2007년 10월 11일 목요일

알지 못하면 용감하다.


화요일, 서둘러 집을 나서서 한 시간을 달려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타이어의 바람이 빠져 주저앉아있는 것을 알게되었다.
나는 그 전날 밤에 집에 돌아올때에 어쩐지 차에서 덜덜거리는 소리가 심하다고 생각했었다.
설마 타이어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무리 둔감한 녀석이라고 하지만 나는 바퀴가 주저앉은 상태로 시속 100킬로미터를 달려 한 시간 동안 운전할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다고, 평소에는 생각했었다.
무지하면 용감하다.

결국 조용한 학교의 교정 안에 덩치 큰 견인차를 불러 자동차를 실어 날랐다. 마침 바퀴들을 새로 구입하려 했었기 때문에 가까운 바퀴가게에 차를 싣고 가서 새 신발들로 교환했다. 예비 타이어까지, 다섯 개. 오늘 낮에는 몇 개의 부품들도 새로 교환하고 채워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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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6일 토요일

곁에서 졸고 있었다.


오랜만에 짧고 깊이 잘 잤다.
자고 일어났더니 내 옆에서 고양이 둘이 함께 뒹굴고 있었다.
나는 방문을 닫아놓고 잠들었었다.
까망이 녀석은 집안의 모든 문을 열줄 아는데, 순이는 어느날부터 그런 까망이를 앞세워 이 방 저 방 문을 열고 드나든다. 결국 침대의 절반을 둘이 차지한채 졸고 있었다.
한 밤중에, 덜컥 하며 방문이 열리고 고양이 두 마리가 한 줄로 느릿느릿 들어오는 일이 자주 생겼다. 시킬 때마다 방문을 열어주는 고양이 쿠로도 귀엽고 쿠로의 엉덩이를 쿡쿡 찔러서 방문을 열도록 만드는 순이도 많이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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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4일 목요일

순이의 턱이 나았다.


아내는 아직 속단하기 이르다고 했다.
내가 보기에는 순이의 턱이 다 나았다.
벌써 사흘째 더 이상 고양이 여드름은 보이지 않고 짧게 깎아줬던 턱 밑의 털이 촘촘하게 자라고 있는 중이다. 꽤 오래 낫지 않은 고양이들도 많았다고 했는데 의외로 빨리 치료된 편이었다.
매일 매일 치료해주고 씻겨줬다는 것만으로는 이렇게 쉽게 나아졌다고 하기 힘든데, 곰곰 생각해보니 akaki님의 조언을 읽고 남아 있던 다른 모든 플라스틱 그릇들을 치워버린 것이 효과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작은 스트레스에도 민감한 샴고양이 순이는 그 사이 체중도 줄었었다. 그러더니 이틀 전 부터 다시 잘 먹고 있다. 다행이다. 내가 잘 보살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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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에기의 호기심.


에기는 다른 고양이와 어울리고 싶지 않았던 것이 아니었다.
에기로서도 다른 고양이들과 함께 살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간섭받고 싶지 않고 성가신 것이 싫어서 스스로를 격리하여 지내고는 있지만 방문이 열리면 다른 고양이들도 궁금하고 문밖의 세상에 대한 호기심도 많다.

가끔 뭔가에 흥미를 느껴 움찔하며 달려나오려 하다가도 이내 마음을 돌리고 그냥 방안을 돌아다녀보기도 한다. 나는 에기가 조금씩 문과 마음을 열고 집안을 여유롭게 돌아다니게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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