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28일 화요일

해변에서 오후를 보냈다.


따뜻한 해변에서 오후 시간을 보냈다.

나는 도시를 좋아하고 큰 도시의 내부를 꼬물거리며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서울에 돌아오니 정말 모든 것이 좋다.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사람들은 각각 개성 넘치는 모습으로 인상을 찌푸리고, 남을 밀쳐내며 걸으면서도 사과 한 마디하지 않는다. 악다구니질을 일삼으며 오만한 동작으로 침을 뱉으며 다닌다. 과연 대도시이다. 무례한 모든 성격의 사람들이 한데 모여 돌아다니는 것 같았다.
역시 대단하다. 좋다. 좋아. 나는 서울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활력이 넘친다. 더럽긴 하지만.

그래서 한없이 고요했던 오후의 열대 해변의 풍경 사진을 바라보다가, 언젠가 다시 가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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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비행기.


나는 작은 경비행기를 타본적이 없었다.
그래서 살짝 긴장을 하고 있었다.
나보다 여행 경험이 많은 아내는 전혀 개의치않고 닌텐도 게임을 한참 하더니 곧이어 편안히 한숨 자고 있었다.


아이팟.


지금 가지고 있는 iPod을 구입한 이후 해외에 다닐 일들이 많아졌다.
자동차 안에서나 쓰려고 했던 것이었는데 몇 시간 동안 의자에 묶인채 하늘 위에 있을때에는 이만큼 고마운 이기가 없다.
붉은 가죽 케이스는 때가 묻어 반질반질해졌다.
처음 이 녀석을 손에 들고 어디론가 떠났을 무렵은 세상이 어쩐지 나에게만 불친절하다고 여기던 시절이었다.
한없이 맑은 하늘 속에서 평소에 귀기울여 듣고 싶었던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을 때에, 나는 세상이 나에게도 제법 관대할 때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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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소년.


웃는 얼굴이 밝은 소년 하나가 배에 뛰어올랐다.
청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그의 바지 끝에는 바닷물이 조금도 묻지 않았다.
배가 물 위를 달리기 시작하자 조용히 뱃머리에 걸터앉아 어디인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낯익게 느껴져서 이상했다.
해는 저물기 시작했고 소년은 뭍에 다다른 후 배에서 펄쩍 뛰어내릴때까지 조용하고 밝은 표정만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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