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손님 한 분이 놀러오셨다. 이 분은 뭔가 의상을 갖춰입고 와주셔서 어쩐지 대접을 정중히 해드려야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덩치도 꽤 크다. 그런데 너무 수줍어하기도 하고, 자신의 대외적 이미지에 대해서는 무신경하시다. 한참 동안 어둠속에 숨어서 주변을 관찰하더니 순이가 끊임없이 귀찮게 하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밝은 곳으로 나왔다. 사실은 호기심을 못이겨서 그랬을 것이다.
여전히 컴퓨터 게임이니 게임기계에는 흥미가 없거나 흥미를 가지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었다.무엇인가에 사로잡히면 악기연습을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무엇에 몰두하면 다른 일을 하나도 제대로 못한다.
이번에 유진이 가지고 싶어했어서 덜컥 두 개를 구입했다.
그러나 고작 하고 있는 짓은 영어삼매경 정도. 가끔씩 둘이서 할 수 있는 게임 정도일 뿐이다. 아직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많이 없었다. 닌텐도에서 할 수 있는 미디프로그램도 있다고 하는데 역시 국내에서는 구할 수 없다.
게임이란 문학이다. 기술적으로 잘 만들어져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게임이란 인간의 예술적 환상의 구현일지도 모른다.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은 전염되고 전이된다. 언젠가는 마리오와 루이지가 아브라함이나 베오울프처럼 여겨질지도 모른다. 마리오는 성을 향해 힘껏 뛰고 달리며 다치고 멍들어도 해맑게 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