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순이가 혼자 테이블 위에 앉아 있길래 살금 살금 다가가 뒤에서 놀래켰다.
하지만 귀가 밝은 고양이를 깜짝 놀라게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순이는 깜짝 놀라는 대신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예쁜 목소리로 말을 해줬다.
그 모습이 많이 귀여워서 끌어안고 집안을 돌아다녔다.
많이 평화로왔던 월요일 오후 시간이었다.
조금 따스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야외에서의 연주들이 몇 회 기다리고 있다.
어제 낮에는 연주를 하는 도중에 바람이 많이 불었다.
지난 해 여름에 했던 야외공연들을 기억하면 숨이 막힐 듯 더웠었는데, 나는 겨울동안 그 습도 가득했던 여름의 야외무대를 그리워했다.
뭔가 올해엔 더 즐거울 여름이 기다리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유진과 밤에 대화를 나누며 죄없는 바나나에 낙서를 하고 있는 동안에, 내 고양이 순이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내 곁에서 함께 졸고 있었다.
순이는 왜 불편한데도 자리로 돌아가 편안히 잠들지 못하고 있는 걸까. 하루도 어김없이 내 곁에서 졸거나 심심해하다가 내가 잠이 들면 그제서야 곁에서 함께 잠들어왔다.
나는 대화를 하고 커피를 마시는 도중에 자주 손을 뻗어 순이의 이마를 쓰다듬었다. 순이는 고로롱 소리를 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