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 23일 월요일

순이가 뒹굴며 좋아했다.


오랜만에 조금 시간이 생겨서 피로했던 몸을 충전하기도 했고, 바람도 쐬러 나가고 싶었다.
그런데 새벽부터 시작된 몸살 기운이 다시 도져서 오한으로 벌벌 떨며 이불 안에서 앓고 있어야 했다.
스웨터를 입은채 두꺼운 이불 속에 누워서도 추워서 떨고 있다보니 화가 나기 시작했다. 한참만에 집에서 뒹굴 수 있는 틈이 생겼는데 나는 정말 아파서 뒹구느라 하루를 보내고 있구나.

고마운 약을 넙죽 받아 먹고 따뜻한 물을 마시고... 한참을 자고난 후에야 겨우 기운을 차렸다.

고양이 순이는 늘 지내던대로 평화롭게 집안을 뒹굴며 있다가, 방문을 열고 비틀비틀 걸어나오는 나를 보더니 누운채로 고개를 들어 인사를 했다.

나는 순이에게, '그래, 너는 부디 조금도 아프지 말거라, 고양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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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22일 일요일

잘 나이들면 좋겠다.


어떤 사람은 나더러 인상이 좋다는 인사를 하기도 하고,
어떤 분은 나에게 까칠한 성격이라고 하기도 했다.
어떤 애는 나한테 친절하다고 해주기도 했고,
어떤 놈은 날보며 잘난 체하고 산다며 이죽거리기도 했다.

새로 만나게 된 어떤 분은 나더러 표정이 좋으세요, 라고 해주기도 하고.
며칠 전의 어떤 분은 지나가는 말인체 하며, 고생 좀 하셨나봐요, 라고 하기도 했고.
오래 전 부터 알던 어느 분은 내 앞에서는 직접 말도 못하면서, 돌아다니며, '그 새끼 싸가지 없다', 라는 말을 하고 다니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또 오래된 어떤 분은 내가 살아가는 것을 칭찬하고 격려만 해주시며 용기를 주시기도 하고.
오래 만나온 친구는, 네 얼굴은 참 웃기게 늙고 있구나, 따위의 말을 했다.
옛 친구는 앞뒤도 없이 어디 아프다더니 망가졌구나, 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기도 하고.

무슨 말을 듣는다고 해도, 조금씩이라도 더 나은 사람으로 나이를 먹을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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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20일 금요일

순이가 더 귀여워졌다.


많이 심심해하고 있던 순이의 태도가 조금 바뀌었다.
어딘가 더 응석을 피우고, 평소에 하지 않던 귀여운 짓을 했다.
내가 자고 있으면 순이는 곁에 다가와 내 다리를 베고 쿨쿨 잠든다. 내 가슴 위에 올라와 길게 누워 고로롱 소리를 내었다. 나는 그 소리에 살짝 잠을 깨었다가, 촉촉한 고양이의 코에 입을 맞추고 다시 함께 잠들고는 한다.
부쩍 자주 다가와 사람의 손을 핥아주고 늘 가까이 다가와 앉아서 바라보기도 했다.
나는 고양이 순이에게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여, 뭔가 맛있는 것을 사줘야겠다며 고양이 간식을 검색해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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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16일 월요일

아침에 순이와 함께.

새벽에 깜박 잊고 알람을 맞춰두지 않고 잠들었다.
잠결에 갑자기 놀라서 눈을 번쩍 떴다.
다행히 제 시간에 잠을 깨었다.
그런데 다리가 무거워서 벌떡 일어나지 못했다.
순이가 다리를 베고 자고 있었다. 코까지 골면서.
한 번 두 번 이렇게 다가와 함께 자더니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나는 내가 잠결에 고양이를 발로 차거나 다리로 밀어버리지는 않았는지 걱정을 했다.


순이는 깊이 잠든채로 코를 골기까지 했다. 사진을 찍고있는 줄도 모르고 자고 있었다.
나는 다리가 저려오는 것을 견디며 더 누워있다가, 약속에 늦지 않기 위해 순이를 안아들어 편한 자리로 옮겨줘야했다.
다시 고양이를 혼자 집에 놓아두고 나가야 하여 '미안하구나, 곧 돌아올게'라는 말을 몇 번이나 해주고 있었지만... 그때까지도 순이는 자고 있었다.
사실은 나도 늦잠을 자고 싶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