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월 15일 목요일

뉴욕에 도착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겨우 짐을 풀었다.
만 이틀 동안 전혀 잠을 자지 않았던 덕분에 14시간의 비행중 계속 잠만 잘 수 있었다. 신기하게 밥먹을때만 되면 동료가 깨워주지 않아도 눈을 떴다.

지금 이곳, 뉴욕은 눈이 많이 왔고 엄청나게 춥다. 공항에서 비행기들이 너무 혼잡했어서 무려 다섯 시간 가까이 내리지 못하고 갇혀있었다. 하루를 온전히 비행과 이동으로 시간을 보냈어서, 많이 잤는데도 피로하다.

그리고 내 고양이 순이가 보고 싶다. 너무 자주 생각이 난다.

2007년 2월 10일 토요일

나는 전기를 무서워한다.


나는 내 몸이 유난히 전기에 민감하다고 믿고 있다.
아주 미세한 전류에도 나는 깜짝 놀란다.
그냥 겁이 많은 것일지도 모른다.

어느날, 연주 도중에 기타 연주자가 나에게 무슨 말을 하기 위해 다가왔었다.
나는 무슨 일인가 하여 그쪽으로 귀를 가져다 대었다.
그런데 너무 가까이 붙어있게 되어서 그만 내 오른쪽 손등이 그의 기타줄에 닿고 말았다.
그 순간 얼마나 강한 전기가 손등을 타고 흘러들어왔는지, 정말 화들짝 놀랐다.
무엇인가 말을 하려던 상대방은 갑자기 경악하는 내 표정을 보더니 움찔, 덩달아 놀랐다.

무대에서 내려와서야 상황을 설명해줄 수 있었다.
그랬더니 그가 말했다.

"아니 무슨 얘기인지 들어보지도 않고 먼저 놀라길래... 난 네가 미친줄 알았어."

.

순이가 심심했구나.


몸살기운이 떠나지 않아서 악기를 바닥에 그대로 두고 잠들었었다.
그런데 환청인지... 잠결에 자꾸 베이스 줄의 울림이 들렸다.
힘든 몸을 일으켜 어둠 속을 두리번 거렸더니 순이가 그 자리에서 하던 짓을 멈추고 앉아 있었다.
어둠 속에서 혼자 악기의 줄을 건드리며 놀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내가 놀아주지 못하여 너무 심심했었구나.
미안한 마음에 비틀 비틀 다가가 한참을 안아 주었다.



2007년 2월 7일 수요일

지독한 감기에 걸렸다.

월요일 밤부터 열이 많이 나고 오한에 시달렸다.
감기에 제대로 걸렸다.
낮 부터는 드디어 심한 두통과 함께 휴지 한 다발을 코를 푸느라 다 써버렸다.

아무래도 월요일에 레슨을 할때에 학생들중 누군가로부터 감기를 옮아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계속 수평으로 누워서 생각을 해보니 월요일 이른 새벽에 강변을 달렸던 것이 나빴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날 강가에 안개가 자욱하길래 그게 마음에 들어 냉큼 달려나가 뛰고 돌아왔는데, 샤워를 하고는 헐벗은채로 낮까지 잠들고 말았었다. 추워서 떨며 잠을 깨었었지. 분명히 그것 때문일 것 같다. 그럼 그렇지. 운동은 아무나 하나.

지금 열이 펄펄 난다.
아무래도 병원에 다녀와야겠다.
고양이 순이가 곁에 다가와 몸을 부비며 발로 툭툭 건드렸다.
순이에게 물과 사료를 새로 부어주고 돌아왔다.
순이는 그것을 먹은 후에 내 곁에 다가와 기대어 앉아 그루밍을 했다.
그 체온이 너무 따뜻해서 고마와 했다.
순이의 그릉 그릉 하는 소리가 좋은 음악 처럼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