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23일 토요일

노래

오래도록 연주곡만 즐겨 듣느라 자주 잊고 살기는 하지만, 역시 노랫말이 담긴 좋은 노래 한 곡을 듣고 있을 때가 좋다.

아주 아주 오래 전 어린 시절에 친구의 작은 방에 둘이 앉아서 밤 깊도록 음악을 들었었다. 그 해 가을이던가 '기타가 있는 수필'을 들으며 딴엔 깊은 생각에 골몰했던 때도 있었다.
이 노래, '내방을 흰색으로 칠해주오'를 듣고 있을 때의 느낌은 지금도 생생하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흥얼거리면서 뭘 안답시고 고개를 끄덕거리기도 했었는데, 사실은 그때나 지금이나 그 노랫말의 속내를 다 알 수 없어서 뭔가 뿌연 느낌이 그대로 있었다. 모호하게 느껴지는 부분들을 이해할 수 없어했다.

이번 연말공연때에 이 노래를 연주하게 되었다. 연습 첫날 매니저님으로부터 이 노래가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구나, 그랬었구나. 죽은이의 말일 수도 죽어가는 이의 말일수도 있는 노래였군. 결국은 살아있는 이의 말이겠지만.
이제서야 무엇인가 뿌옇던 것이 치워져버렸다. 20여년이 지나서야 이 노래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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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을 흰색으로 칠해주오
작은 장미 꽃송이와 함께
저녁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릇소리는
초인종으로 달아주오
천정엔 하늘과 구름 그리고 바람
추억을 담은 단지도 예쁜것으로 해주오

시간의 고동소리 이제 멈추면
모든 내 방에 구석들은 아늑해지고
비로소 텅빈 가슴 꼭 껴안아
한없이 편안해지네
돌덩이가 된 내 슬픔이 내려 앉으면
꽃이 되어 버렸다고 말들 하겠지

2006년 12월 18일 월요일

겨울 볕 쬐기.


청소를 하고 빨래를 널어놓았더니 고양이 순이는 창가에서 햇빛을 쬐며 놀고 있었다.

2006년 12월 14일 목요일

겨울비가 내렸다.


성남에서 공연을 했다.


비가 내리는 낮의 냄새가 좋았다. 

순이의 마음 씀씀이.


오래 잠을 잔 것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가장 깊이 잠들었었다.
잠결에 내가 자주 기침을 하고 몸을 뒤척였다.
그때마다 내 손과 팔을 꾹꾹 누르며 따뜻하게 와닿는 작은 물체를 느꼈다.
잠에서 깨어나보니 고양이는 한쪽 손(정확히는 발)을 침대 위에 올려둔채 선잠을 자고 있었다.
작년 초의 겨울에 독감에 걸려 진땀을 흘리며 자고 있었을때엔 가슴 위에 올라와 입술을 핥아주기도 했었다.
고양이 순이는 저 쬐그만 발로 내가 뒤척일때마다 넌지시 지긋이 토닥거려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 조그맣고 따신 체온이 고마왔다.

짐을 꾸리고 나가는 길에 순이가 좋아하는 통조림 깡통을 한 개 따줬다.
아직 잠들어 있는 고양이를 깨우지 않으려 조심 조심 현관문을 닫고 나왔다.
집에 돌아오니 그릇이 말끔히 비워져있었다.
나는 순이를 한참 동안 안아주었다. 순이는 좋아하는 소리를 점점 크게 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