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9일 토요일

환청에 시달렸다.

어떤 행동의 선택은 당연히 이후의 행동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인간은 항상 선택을 하고 선택에 의한 새로운 상황에 자기자신을 새롭게 구속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인간은 어떤 상황에 처해서도 그 한계 내에서 자유롭게 행동을 선택할 수 있고, 숙고한 행동 그 자체는 물론, 상황을 무시한 것과 자유를 버려두고 돌보지 않은 선택까지도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선택과 책임따위는 이제 그만 두고 그냥 좀 편하게 살고 싶다.
자신을 몰아세우지 않으면서 적당히 살아보고 싶다. 

억지로 잠이 들었는데 환청에 시달렸다.
기분나쁘게 반복되는 타악기와 베이스의 분절음이 계속 들렸다.
처음엔 잠속에서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거나 뭔가를 집어던지는 것으로 알았다.
그런데 너무나 현실적으로 들려오던 그 소리들은 스네어 드럼, 킥 드럼의 분별없는 음들이었다.
사람을 녹초로 만드는 저음들도 분명하게 들려오며 귀를 괴롭혔다.
결국 다시 잠을 깨어 비틀거렸다.

다시 잠들었다가 지독한 꿈을 꾸고 또 깨어났다.
이번엔 살인을 하고 개를 죽이고 무엇인가를 훔쳐서 달아나는 꿈이었다.
시계를 보니 겨우 한 시간 남짓 잠들었었다.
이대로 오늘 공연장에 나간다면 낭패를 볼 것이다.

다시 자야했는데, 결국 밤을 새웠다.

2006년 12월 5일 화요일

겨울 맞이 목욕.


이틀 전에 집에 돌아오면서 오늘은 고양이를 씻겨야겠다고 생각했었다가, 귀가 후에 내가 목욕을 하고 나니 모든게 귀찮아져서 그냥 침대에 누워 자려고 했었다.
그런데 잠이 들 무렵 갑자기 욕실에서 풍덩하는 물소리가 나더니 순이의 비명이 들리는 것이었다. 두 번 세 번 큰 소리로 야옹거리고 물에서 버둥거리는 소리가 들렸을때야 나는 위급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욕실로 달려갔다.

변기에 빠진 것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욕실의 불을 켜고 보니 고양이는 내가 욕조에 받아놓았던 물에 빠져서 어쩔 줄을 몰라하고 있었다. 너무 난감해하고 불쾌해하는 표정으로, 도움을 청한다기 보다는 원망하거나 수치심의 표현처럼 들리는 목소리로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 모양이 얼마나 우스웠는지 나는 물에서 꺼내주는 것도 잊고 그만 킬킬 웃고 말았다. 순이는 내가 꽤 얄미웠나보다.

그 바람에 결국 새벽시간, 갑자기 고양이를 목욕시키는 일을 벌이게 되었다. 순이는 목욕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번엔 항의를 하는건지 심술이 난 것인지 유난히 많이 투덜거렸다.


2006년 11월 29일 수요일

밤 마다 연주를 했다.


연주를 하고 있는 동안만 괜찮다.
도로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지루했다.


2006년 11월 27일 월요일

추워져서 책을 읽었다.

추천받았던 몇 편의 단편을 읽었다. 박형서씨의 논쟁의 기술은 재미있었다. 구효서의 명두, 김세라의 얼굴, 박혜상의 새들이 서있다, 정미경의 시그널레드들도 잘 읽혀져서 좋았다. 이젠 누군가가 넌지시 일러주지 않으면 읽을만한 것들을 잘 찾아내지도 못하게 된 모양이다.
50헌장도 읽었다.

몇 사람을 만나고 다시 몇 사람을 보냈다. 몇 주 사이에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신 분, 다른 곳으로 떠난 친구, 불쑥 나타났다가 다시 없어진 친구, 십여년만에 연락을 주고받은 분, 뜻하지 않은 장소에서 우연히 만나 반가와했던 분들이 있었다. 

시간이 남아서 억지로 뒹굴어야할 때엔 모두들 작정한듯 연락이 없다가도, 작은 일들로 바빠지고 있으면 역시 모두들 모의라도 한듯 전화가 걸려오곤 했다. 나는 아직도 한번에 몇 가지의 일들을 동시에 할줄을 몰라서 땀을 흘리며 당황해야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합니다, 미안해요', 라고 말하는 것을 반복하다보면 사과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리는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