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1월 25일 토요일

복잡했던 날에 연주를 했다.



뭐가 그리 길고, 뭐가 그리 피곤하고,
뭐가 그리 복잡하느냐고 핀잔을 들으면서도...
신경쓰이는 일들이 자꾸 떠올라 어지러웠던 하루였다.

이십여일 동안 제대로 잠을 못잤더니 가슴이 답답해서 숨을 내쉬기가 힘들었다.

이렇게 '복잡할 때'에 편한 마음으로 연주하고 있는 순간이 반가왔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황구하와의 연주가 즐거워서 음악이 흐르는 동안 만은 복잡하지 않을 수 있었다.

2006년 11월 21일 화요일

고양이에게 미안했다.

내 고양이 순이는 수다도 많고 샘도 많다.
바빠서 너무 자주 집에 혼자 놔뒀더니 어제 오전엔 유난히 치근댔다.
집에 혼자 있는 동안 얼마나 외로왔을까 생각했다. 나는 고양이를 껴안고 미안하다는 말을 여러번 해줬다.

나는 참 여러사람에게 미안해 하고 고양이에게도 미안해 해야 하는구나.


2006년 11월 16일 목요일

옛 사진을 보았다.

다른 사진을 찾다가, 더 오래된 사진들 (언젠가 스캔해둔 것들)을 만났다.
요즘 나는 레슨을 하고있는 어린 학생들을 자주 만났다. 
갑자기 이렇게 스물 몇 살의 내 모습을 구경하고 있는 것이 재미있었다. 손모양은 엉성하고 표정은 더 건방지다. 그런 주제에 당시의 나는 스스로 아주 연주를 잘한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우습기 짝이 없지만 나름대로는 뭐 대견했다. 어찌되었든 지금에 와서는 창피하다. 지금 만나게 된 학생들중에도 훗날 악기를 메고 다닐 사람이 생길지도 모르겠지만, 이상한 굴곡들이 많았던 나의 어린 시절과는 아주 많이 다르겠지.


나는 거의 놀러다녔던 기억이 없다. 이십대의 전부를 밤이 새도록 음악소리가 들리는 곳들을 찾아 부지런히 돌아다녔던 것 밖에 없었다.
그 시절이 그립다기보다도... 별것 아닌 일들 앞에서 즐거워하고 당황하고 기뻐하고 낙심하며 보냈던 어릴적 기억들이 많이 생각났다. 별로 소중하다고 하기도 뭐하지만 그렇다고 의미없지도 않다.

우연히 어떤 사람들과 처음 만나 인사를 하다가, 스물 몇 살 시절의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을 만났던 적이 있었다. 나는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을 기억 못한다. 그런데 그들이 무슨 카페, 무슨 클럽, 어느 동네의 무슨 길 앞이 어쨌다거나 하며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일들을 늘어놓고 있으면 많이 난처해졌다.

다음에 또 오래 전에 알고 지냈던 사람을 마주치게 되면 당시의 나의 모습에 대해 물어보고 싶어졌다. 내가 기억하는 나와 남이 기억하는 나는 얼마나 달랐던 것일까.


2006년 11월 12일 일요일

늦가을 공연.


지독한 수면부족으로 힘들어 하고 있다.
지난주의 목요일 공연. 화, 목, 금의 공연 모두를 수면부족상태에서 할 수 밖에 없었다.
공연을 시작하기 전까지 차에 들어가 몸을 접고 짧은 잠을 잤다.


성공회의 교회 건물 안은 천장이 높고 잔향이 많았다. 거의 모든 소리가 벽에 부딪혀 시간차를 두고 다시 돌아왔다.
나는 내가 몽롱하기 때문에 어지러운 것인지 공간 때문에 어지러운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낮 공연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여섯 시간 동안 잤다. 오랜만에 푹 잠들었으나 꿈을 많이 꾸었던 것 같았다. 피로가 풀리지 않았다.

그리고 블루스를 연주하러 다녀왔다. 작은 공간에서 차분하게 익숙한 곡들을 연주하고 다시 귀가하는 길에는 어쩐지 덜 피곤한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