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1월 8일 수요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몇 주 사이에 갑자기 찾아온 허리통증, 우연이 거듭되었던 기묘한 인연들, 피곤한 며칠 후의 나태한 하루 등등이 꼬리를 물었었다. 그런 것들이 뭔가 활력이 되는 것 처럼 느껴졌지만 자주 우울해지기도 했다. 계절의 탓이었던 것일까.

지난 해 겨울의 공연을 끝으로 이제 그만하려고 했던 블루스 밴드의 세션을 '어쩌다보니' 다시 하고 있게 되었다.

내일 오랜만의 긴 공연을 할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져있다.
처음 그 음악들을 연주했던 밤의 기분을 떠올려 보았다.

새로운 일에 대한 기대와 방향을 잡지 못하는 일상이 섞여 있다.
나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2006년 10월 30일 월요일

굶기로 했다.

새벽에 배가 고프면 들렀던 밥집이 있다.
주인이 바뀐 후에 점점 위생상태가 나빠졌다.
그러더니 결국 주방아줌마가 바뀌었다.
항상 깊은 밤에 혼자 들르고는했던, 남양주에서 제일 깔끔했던 24시간 식당이었는데 많이 아쉽다.
경영하는 사람이 바뀌자, 그 식당은 정말 도저히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맛이 형편없어졌다. 
언제나 깔끔했던 곳이었는데 이제는 한눈에 봐도 절대 깨끗하지 않아 보이는 사람들이 음식을 만들고 나른다.  내어 놓는 물컵에는 심지어 립스틱 자국, 고추가루가 묻어 있고 숟가락에는 심지어 밥풀이 덜 닦여져 있었다. 새로 바뀐 주인으로 보이는 아저씨는 입구 바로앞의 의자에 다리를 꼰채 앉아서 발가락을 만지다가 그 손으로 반찬을 덜어다 내놓았다. 그 식당 주인은 사람들이 음식을 먹고 있는 탁자 사이를 지나다니며 비질을 하고 있었다. 음식 옆으로 뽀얀 먼지가 오르더니 공기를 따라 떠다녔다. 그는 쓱쓱 쓰레받이에 내용물을 담고 식당 문을 연 다음 바깥에 휘리릭 버리고 만다. 정말 미칠 것 같았다.

이 모든 것은 나에게 이제 더 이상의 야식생활을 용납하지 않으려는 하늘의 뜻일 수도 있다고 여기기로 했다.
이,삼년 사이에 엄청나게 살이 붓고 배가 나와버린 원인들 중 하나는 새벽에 먹어댔던 질나쁜 음식때문일테니, 이 기회에 밤에는 뭘 먹지 않는 생활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내가 야식을 먹지 않는 것은 그렇다고 치고, 그 음식점은 정말 더러워졌다. 주인이 바뀌기 전에는 한번도 깨끗하지 않은 모양을 본 적이 없었다. 아주머니들은 모두 흰색 옷에 깨끗한 모자를 쓰고 있었고 바닥에는 작은 먼지 하나 없었다. 나는 그동안 그런 것을 일일이 따져보며 드나들었던 것은 아니었다. 갑자기 나쁜 상태로 바뀌고보니 사소했던 것들이 비교되고 생각나게 되었다.

2006년 10월 25일 수요일

순이가 자고 있었다.


집에 돌아왔더니 순이가 새로 사준 고양이 침대 안에서 잠들어 있었다.
내가 내는 소리에 잠이 깬 고양이 앞에 다가가 앉아서 늦게 들어온 것을 사과했다.
고양이를 안아주고 새로 물을 떠줬다.
순이는 내 어깨에 매달려 그르릉 소리를 한참 동안 내었다.


2006년 10월 24일 화요일

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기온이 차가와졌다.
고양이 순이는 내 곁에 다가와 바짝 붙어서 함께 자기 시작했다.


나가야 할 시간이 되어 씻고 옷을 챙겨 입는 동안에도 순이는 이불 위가 따스하고 편했던 모양이었다. 그대로 누워서 고개만 돌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빈 집에 자주 혼자 두게 되어서 언제나 미안하다. 순이는 잠이 깨자 마자 외출을 하는 나를 책망했을지도 모르겠다. 함께 다닐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할 수 없어서 언제나 미안하고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