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2월 9일 목요일
순이의 기행.
집에 돌아왔는데, 언제나 뛰어나와 인사를 해주던 고양이 순이가 보이지 않았다.
깊이 잠들었다가도 내가 현관 안에 들어서면 항상 반기던 고양이였는데, 무슨 일인가 걱정하며 불을 켰다.
그랬더니 아뿔싸, 저 안에 들어가 있었다.
어떻게 마이크로웨이브의 문을 열었을까.
상상을 해보았는데, 앞발로 여기 저기 꾹꾹 누르다가 저 문이 열렸고, 종이봉투와 상자처럼 여겨 들어가 앉아 있었던 것이리라.
혼자 심심하던 중에 모처럼 발견한 재미있는 곳이었나 보다. 나는 방해하지 않기 위해 내버려두려다가, 요리기구 안에 들어가는 것이 습관이 되면 곤란하다고 생각하여 억지로 순이를 끄집어 내었다. 그 안에서 나오고 싶어하지 않아서 힘들었다.
순이는 혼자 있는 것이 외롭고 심심한 것이 틀림없다.
마음이 많이 무겁다.
걱정이다. 고양이 순이를 집에 혼자 두고 며칠 동안 여행을 다녀와야 하는 일이 큰 걱정이다.
.
2006년 1월 28일 토요일
연휴 보내기.
아픈 곳이 없는데 며칠 동안 계속 몸이 이상했다.
잘 자고 잘 먹고 잘 쉬며 살아야 잘 돌아다닐텐데.
약간의 감기기운이 느껴졌을 때에 한 번 더 새벽 달리기를 다녀왔다.
안개 자욱한 강가에서 뛰는 행위는 약간 우스꽝스럽다. 운동하기엔 조금 음습한 배경이다.
땀을 식히지 않은 채 더운물에 목욕을 하고, 충분히 자고 일어났다.
일어나 보니 순이가 인사도 받아주지 않고 화가 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물그릇과 밥그릇이 비워져 있었던 것이었다.
미안했다. 내가 잊었던 것이 아니었는데... 정신을 잃고 잠을 자버렸지 뭐야.
고양이 순이는 뒤늦은 식사를 마친 뒤에 계속 의자를 차지하고는, 단단히 삐쳐있었다.
나는 어루만지고 쓰다듬고 이름을 부르며 장난을 걸었다.
.
2006년 1월 26일 목요일
피드 구독하기:
글 (At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