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12일 월요일

사람.


지난 주 주말, 정오 즈음에 금발의 여자와 이 사내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사내는 깁슨 레스폴들이 나란히 걸려있는 벽 앞에 서서 한참을 기타들만 바라보고 있었다.
여자는 기타를 바라보는 사내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흐뭇하고 행복해보이는 것같았다. 아마 내가 영어를 알아듣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았다.

인사를 나누고 사내가 말했다.
"내가 사랑하는 기타를 고향에 두고 왔다. 깁슨 레스폴 커스텀인데, 어릴적부터 그것 하나만 가지고 있었다. 그 기타는 나와 동갑이다."
그러더니 갑자기 팔뚝을 걷어 문신을 보여줬다.

그의 친구 중에는 펜더 텔레캐스터를 정교하게 문신한 사람도 있다고 했다.
그는 그런 잡담만 하다가, 여전히 웃음이 가득한 얼굴의 여자친구의 손을 잡고 가게에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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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7월 2일 금요일

오랜만에 연주.


고압적인 분위기의 연주자들 틈에 한 자리 잡고 앉아서, 한 해 전 이맘때를 생각했다.

혼자 있어서 외롭다는 것은 거짓말은 아닐지 몰라도 착각에 가깝다.
오케스트라의 한 구석에 비스듬히 앉아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잘 할지 몰라 긴장하고 있는 순간이 정말 외로왔다.

이 날의 연주는 방송용이었다. 어쩔 수 없이 방송이 되겠지만 그 테잎은 파기처분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날 너무 연주를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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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5월 26일 수요일

예쁜 색이었다.


내가 화분과 식물을 정성껏 가꾸지는 못한다.
게으름을 극복하려면 애정이 있어야 하는데, 애정이란 것도 내 몸과 마음이 건실할 때야 가능하다.
이른 아침에 볕이 좋길래 화분을 창가에 옮겨놓고 물을 줬다.
그 하루 사이에 더 진한 녹색으로 변한 것이 신기하고 기특했다.
이름은 뭐더라... 헬리오트러프라고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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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5월 24일 월요일

5월의 마지막 주.


새벽을 지나 동쪽에서 햇빛이 시작될 무렵에 잠들었다.
그럴 때엔 낮에 할 일이 없어도 어김없이 아침에 한번은 눈이 떠지곤 했다.
그런데 오전에 일어나 정해진 시간에 반드시 나가야하게 된 이후로 늦잠을 잔다.
지나가지 않았으면 했던 오월도 이제 막바지이다. 여름을 준비해야한다.

개포동의 모 복지관, 조치원의 어떤 대학 캠퍼스, 용인의 무슨 PC방, 여의도의 빌딩 동관 10층 등등에서 이 블로그에 계속 접속하는 분들이 누구인지 궁금하다. 내 홈페이지를 정기적으로 방문해주는 사람들이다. 게시판에 흔적을 남겨주면 좋겠는데 아마, 안 남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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