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9일 목요일

시대

토요일에 친구가 책을 선물했다. 이 책이 나왔다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나는 누구의 회고록, 자서전은 잘 읽지 않기 때문에 이 책에 대한 설명을 본 후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려고 했었다. 친구가 책을 건네어줬을 때 습관대로 책의 한 가운데 부분을 눌러 펴보고 있다가 몇 줄을 읽게 되었다. 우선 두 사람의 대화 형식이었던 것이 의외였는데 하필 펼쳐진 페이지에 담긴 길고 자세한 각주가 눈에 들어왔다. 내가 아는 이야기와 몰랐던 사실들이 여러 이름들과 함께 친절하게 적혀있었다.

책을 눈에 드는 곳에 놓아두고 사나흘을 보냈다. 저것을 읽어봐야겠다, 라고 생각하고 첫 장을 펼쳤다가 그 자리에서 화장실에 한 번 다녀온 것 빼고는 일어나지 않고 죽 다 읽어버렸다. 지난 한 세기의 미시사가 한 인물의 생애에 골고루 묻어 있었다. 내가 읽어서 얼핏 알고 있었던 역사와 내가 몸으로 기억하고 있는 시대의 사건들이 영상처럼 보이는 책이었다.

이 책은 어제 오후에 읽었다. 일부러 날짜를 맞춘 건 아니었는데 오늘은 인혁당 사법 살인이 일어났던 그날이었다. 친구에게 덕분에 좋은 책을 잘 읽었다고 메시지로 감사 인사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