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29일 수요일

시간은 빠르다.


 미리 주문했던 다음 연도 다이어리 공책은 지난 주에 이미 도착했다. 작은 글씨로 빼곡하게 채워진 올해의 다이어리 공책엔 이제 한 달 분량의 공란만 남았다. 과연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는, 시간이란 것은 정말 빠르다.

조금 한가할 줄 알았던 이 달도 정신없이 쫓기듯이 살았다. 다음 달엔 지난 시월만큼 일정이 많다. 잠깐 한눈을 팔면 내가 뭘 하려고 했던 것인지 기억하기 조차 어렵다. "곧 한가해지니까 한번 만나자"라고 말했던 사람들에게 연락하지 못하고 지나가서 미안하다는 메세지를 보냈다.

어김없이 휘어져서 가습기 가까이 세워 놓았던 재즈베이스의 넥이 돌아왔다. 가습기에 물을 채우면서 쉰 세번이나 겪는 겨울이 여전히 너무 낯설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