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19일 일요일

새 아이폰

케이스를 씌우지 않고 몇 년을 아무 일 없이 잘 지냈는데, 목요일 낮에 그만 집안 화장실 타일 바닥에 아이폰을 자유낙하 시켰다. 순간의 부주의로 뒷면 유리가 아름다운 무늬를 그리며 박살이 나버렸다.

급한 대로 스누피 스티커를 붙였다. 새로 아이폰을 살 계획은 없었다. 뒷면 유리를 수리하는 비용을 열심히 검색했다. 칠십만원을 들여 뒷면 유리를 교환하고 싶진 않았다. 전화기를 떨어뜨려 깨버린 건 처음이었다. 채 4년도 채우지 못했는데...
그러던 중 금요일 낮에 전화기를 집어 들다가 전기가 오르는 것 같은 감각을 느끼고 한 번 더 손에서 아이폰을 떨어뜨렸다. 유리가루에 손가락이 찔린 것이었다. 피가 예쁜 빨강 빛으로 몽실 피어올랐다. 유리조각을 빼내지 못해 밤까지 고생을 했다. 유리가 박힌 것은 왼쪽 검지 손가락이고, 그 손가락은 연주할 때에 가장 혹사 당해야 하는 손가락이다.

그래서... 정말 계획에 없었지만, 아이폰 15 프로를 사게 되었다. 이번엔 비건 케이스도 같이 샀다.

마이그레이션을 마치고 여전히 따끔거리는 손가락을 불빛에 비춰보며 채혈침으로 미세한 유리조각을 한 개 더 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