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28일 화요일

어디


 약속 없이 집 앞에 찾아 온 모친의 전화를 받고 자다가 깨어 뛰어 나가서 운전을 시작했다. 나는 좋아하지 않는, 그러나 모친에게는 아마도 소중한 듯한 시골집에 갔다가 평소보다 일찍 노인을 서울집에 모셔다 드렸다. 눈도 잘 보이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전화를 걸고 받는 것은 할 수 없다고 말하던 내 아버지는 저녁밥을 먹지 못할까봐 엄마에게 전화하여 언제 오느냐고 하고 있었다. 도로가 막히지 않아서 이른 시간에 엄마를 집앞에 내려드렸고, 내 부친은 제 때에 저녁식사를 했을 것이다.

오래 운전했던 것도 아닌데 혼자 집에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피로해졌다. 아내에게 전화하여 음식을 포장하여 가겠다고 말하고 강가의 식당에서 비빔국수를 주문했다. 강바람이 저녁하늘 위에 맴돌고 있었다.

사람은 지금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중요한 거라는데, 나는 여태 내가 어디에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