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을 마치고 공항쪽으로 가는 길에 있는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어찌나 졸음이 쏟아지던지 음식을 먹으면서도 잠을 자고 싶었다. 대화하려 하면 발음이 뭉개졌다.
밥을 먹고 식당에서 나왔을 때 가까운 곳에 천주교 광양교회가 보였다. 이곳을 지날 때마다 저 종탑을 보아서 (종 같은 것이 있는지는 모른다) 기억하고 있었다. 사진으로 보았던 저 성당 안에 있는 조형물들이 아름답고 따뜻해 보여서 언젠가 한 번 방문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도 그냥 지나쳐 와야 했다.
비가 개인 하늘은 기지개를 켜는 듯 길게 늘어져 있었다. 이틀 사이 두 개의 공연을 잘 치르고 배부르게 저녁을 먹었더니 피곤이 몰려와 나도 하늘 마냥 늘어져 눕고만 싶었다.
오고 가는 길이 먼 일정들은 늘 힘이 든다. 아프지 않은 곳이 없더니 집에 돌아와 바닥에 길게 누워 잠깐 눈을 감고 있는 것 만으로 조금 나아졌다. 눈을 떠보니 고양이 깜이가 조용히 곁에 와서 나란히 누워 인사를 하고 있었다. 샤워를 하고 아홉 시간 동안 잠을 잤다. 무슨 꿈을 꾸었는데 제주의 파란 하늘도 나왔던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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