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18일 화요일

손끝이 약하다.


나는 어려서부터 손끝이 약했다. 쥐는 힘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손가락 끝부분이 약하다는 의미이다. 쉽게 손톱이 들려버리거나 손가락 끝을 다칠 때가 많다. 왼손은 수십년 연주를 하였기 때문에 굳은살이 있는데도 가끔 잘못하여 손톱 아래로 줄이 잘못들어가거나 하면 반드시 다친다. 건조한 겨울에는 그런 일들이 자주 생긴다. 나는 음료가 담긴 캔도 동전이나 기타 피크가 없으면 잘 열지 못한다.


오른쪽 손가락에도 굳은살이 있다. 그런데 물이 묻은 후에는 너무 오래 손끝이 물러져있어서 바로 연습을 시작할 수 없다. 원래부터 튼튼한 손가락을 지닌 친구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
악기의 네크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내 방에는 언제나 난방을 하지 않는다. 올겨울에는 가습기도 방안에 두지 않아서 수건 따위를 적셔 악기 곁에 걸어두고 있다. 추운 방에 앉아있으면 금세 손이 시렵다. 손가락이 차가울 때에도 손가락을 잘 다친다. 이런 저런 환경이 영 좋지 않다. 언제나 손끝을 매일 단련하고 연습을 쉬지 않고 악기를 관리하고는 있는데, 판데믹으로 연주도 공연도 없는 지금과 같은 세월에 그것들이 무슨 소용인가하는 생각도 하루에 한번씩은 든다. 약한 손끝처럼 마음도 약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