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10일 일요일

병원.


이른 아침, 알람을 듣고 일어나 커피를 내리고 짐을 챙겼다.
아픈 고양이를 살피고 곁에 앉아 오래 쓰다듬어줬다.

수술을 받아야 하는 부친을 모시고 병원에 도착했다. 병원 입구의 검역이 더 엄격해졌다. 이틀 전에 돌아다니며 감염을 전파했던 사람에 대한 뉴스를 본 것이 기억났다.

밤중에 잠시 병원 밖에 나와 사람 없는 곳에 서서 마스크를 벗고 숨을 쉬었다. 집에 설치해둔 웹캠을 들여다 봤다. 고양이들이 모두 돌아다니며 놀고 있었다. 나는 이가 빠진 미완성의 직소퍼즐처럼 여러 개의 찰나의 행복했던 기억들을 떠올렸다. 비어있던 퍼즐의 자리에 슬프고 화가 났던 기억들도 빠르게 지나갔다.

다시 병실로 돌아오는 길에는 응급실이 있다. 지난 번까지는 그 앞을 지날 때마다 장모님 생각을 했다. 오늘은 어쩐지 그 기억들이 아득히 먼 옛 일들처럼 여겨졌다.

다시 병실로 돌아와 누워있는 부친을 살폈다.
지난 번에도 그는 몸에 연결된 주사 등을 뽑아버리는 바람에 병실 바닥을 피투성이로 만들었었다. 수술을 잘 마치고 집에 모셔다 드릴 때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나는 부친이 헛기침만 해도 벌떡 일어나 침상 위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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