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볕이 가득한 베란다 창가에는 고양이들이 모여 자리를 잡고 햇빛을 쬔다. 그늘이 움직이면 자다가도 슬며시 움직여 볕이 드는 바닥이 좁아질 때까지 쉰다.
그루밍을 하고 하품도 하다가 창밖으로 새라도 날면, 꼭 해야할 일이 생긴 것처럼 일제히 귀를 쫑긋한다. 그러나 그것 뿐, 잠시 잠을 깬 고양이들은 먼지 없는 하늘을 보다가 아래쪽에 지나다니는 사람과 자동차를 구경하며 오전을 보낼 때가 많다.
집안의 고양이들은 함께 무더운 여름을 또 한 개 지나보냈다. 계절은 갑자기 변하고 세월은 나는 듯 달려간다. 까망이 막내 고양이는 꿈이라도 꾸는지 잠꼬대를 하며 늘어지게 자고 있었다.
고양이들의 위치를 모두 확인하고, 밤중에 돌아올테니 집안의 불 하나는 켜두었다. 그릇에 사료와 물을 채워주고 소리를 내지 않으려 신발은 현관문 밖에서 신었다.
6번 국도를 타고 동쪽으로 달려가는 아침, 차창을 열었더니 바람이 찼다.
이제 곧 완전히 가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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