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24일 금요일

착한 고양이

집안의 막내 고양이 이지는 천성이 착하다. 바보처럼 착해서 자주 안스럽다. 불편하고 위험을 느낄 때 하악질을 하는 것도 요즘이 되어서야 겨우 배웠다. 그나마 그것도 어설프다. 이 고양이의 주된 표현 방법은 가늘게 우는 소리를 하거나 미안해하거나 동그랗게 눈을 뜨고 올려다보는 것이다. 화가 나기라도 하면 그냥 도망을 가버린다. 뜻대로 되지 않으면 짧은 한숨을 쉬는 것이 전부이다.
나이 많은 고양이들이 심통을 부리고 힘이 약해서 억울한 일을 겪어도, 그저 상대방을 핥아주거나 말없이 물러난다.

고양이 이지는 우리가 그 쬐그만 앞발을 꼭 쥐고 집으로 데려오기 전 까지 동물병원의 좁고 인정없는 쇠창살에 갖힌채로 내일이 분명하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도 세상에 대한 아무런 적의가 없다.
다만 아내를 진짜 엄마로 여기고 있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어서 나는 고양이에게 자주 아내와 너는 종이 다르다는 사실과 그에 관련된 진화론적인 설명을 해주고는 있지만, 한 번도 귀담아 듣지를 않았다.

새벽에 텔레비젼을 틀었다가 사람들이 돼지와 소를 죽여 땅에 퍼담아 파묻고 있다는 뉴스가 나와버렸다. 어리고 착한 녀석이 곁에 앉아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려 나는 텔레비젼의 전원을 끄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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