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17일 금요일

학기를 마쳤다.

지난 주에 학기의 마지막 수업을 마쳤다.
졸업하는 학생들과 사진을 찍기도 했고 첫 학년을 마친 이들과 손뼉을 마주치며 인사하기도 했다.
대부분이 귀가하고 다시 고요하게 비어버린 복도와 레슨실 마다, 무슨 영혼들처럼 악기 소리의 흔적들이 떠다니는 것 같았다.
나는 그들에게 많은 말을 하느라 바빠서, 그들의 말을 들어야할 시간을 놓친 것이 아까왔다.
머지않아 공연장에서, 대기실에서, 무대 위에서 만날 수 있을 사람들이 그들 중에도 나오겠지.

케이블을 감고 악기를 가방에 챙기면서 퀘퀘한 지하실 냄새를 맡았다. 어딘가 썩고 있는 것 같은 우중충한 습기의 냄새가 풍기는 클럽들, 카페들의 기운. 나는 그런 곳들을 기웃거리고 다니며 나이 많은 어른들의 연주와 생활을 구경하느라 스무 살 무렵을 보내고 있었다.

하루를 보내고 뒤돌아보면서, 내가 배우며 나아갈 수 있도록 해주셨던 그 형님들에게 고마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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