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11일 월요일

해바라기

일을 마치고 잠시 들렀던 식당에 주차를 했는데 해바라기와 눈이 마주쳤다. 자동차의 불빛을 비춰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열 한 살이었던 해의 여름에는 집앞에 해바라기가 껑중 모여 있었다. 자전거 뒷자리에 여동생을 태우고 다니며 해바라기를 꺾어 씨를 까먹기도 했었다.
해바라기가 옥수수보다도 키가 커지면 허우대만 멀쩡한 총각처럼 하는 일도 없이 종일 건들거리고 서있는 것 처럼 보이기도 했다. 나도 맨날 하는 일 없이 걷기도 하고 비도 맞으며 여름을 까먹고 있었다.

아직 꼭대기에 쇠로 만든 녹이 슨 종이 달려있던 진짜 교회당에서 정말 종소리가 울려퍼지기도 했었다. 눈을 크게 뜨고 멀리 바라보면 빨갛게 물든 저녁 하늘과 잡초만 자라던 낮은 언덕의 경계에 해바라기 몇 놈이 비틀거리며 그림자를 만들고 있었다.
시골냄새 나던 그 동네에서 해바라기와 함께 보냈던 여름이 지나고, 그 해 겨울에는 우리집에서 밤 사이 강아지들이 죽어버리는 일이 있었다. 나는 아버지와 함께 해바라기들이 서있던 근처 어딘가에 강아지들을 묻어줬었다. 묵직하고 차가왔던 강아지들 곁에 무릎을 대고 앉아 흙을 조금씩 한참 동안 덮어줬었다.

함께 노닥거렸던 동네의 친구들 이름도 얼굴도 잊었지만 열 한 살 무렵의 그 해 여름과 겨울의 일들은 떠올리기 쉬웠다. 더 강한 인상으로 남았을 것이 분명할 다른 해의 일들 보다도, 훨씬 더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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