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9월 5일 목요일

그것은 네가 할 일.


어릴 적에 어떤 기타 연주자가 자신의 기타에 줄을 갈아 끼우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본 적이 있었다. 그때까지 악기라는 것에 대하여 별로 아는 것이 없었던 나는 그가 악기를 매만지며 조심스럽게 느릿느릿 새줄을 감고 있던 모습이 꽤 인상깊었었다.
감동이라고 말해도 좋을 어떤 느낌이 그 장면 안에 있었던 것 같았다.
줄을 다 감은 뒤 그가 새줄을 튕겼던 순간의 그 소리가 상쾌했었다.

나중에 내가 내 악기를 가지게 되었을 때에, 줄을 새로 감는 순간이 되면 괜히 나 혼자 엄숙해지곤 했었다. 자주 악기를 닦거나 손질을 했고 줄을 갈아 끼우는 일은 진지했다.

그런데 자신의 기타에 줄을 끼우는 것도 귀찮아서 버릇처럼 남에게 시키는 이들을 보게 되었다. 무대에 오르기 전 튜닝조차 남에게 떠맡기는 기타 연주자를 봤다.
그런 행동은 음악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권위를 위해서일 것이다.
너무 바빠서라면 줄을 갈아주거나 튜닝을 해주는 사람을 고용하면 좋을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좀 덜 된 사람들이 아닌가, 했다.

그런 연주자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겉멋이다.
내실은 없다.
그런 주제에 시기심은 제일 많다.
변하지 않는 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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