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11일 일요일

본업


 엿새 뒤 안성에서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몇 주 축구경기를 보며 지냈다가 슬그머니 다시 악기 연습을 시작했다. 더 오래 연습하지 않고 있으면 공연장에서 손끝이 아파 연주하기 불편하다가 공연이 끝날 때가 되어서야 손이 풀릴 것이다. 연습을 하고 미리 악기를 점검해두면 무대 위에서 첫 음을 낼 때부터 순조롭다.


2024년 2월 7일 수요일

인상


 인상만으로 그 사람이 어떤 인간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가 현재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는 볼 수 있는 것 같다. 신기한 일이다. 누군가의 얼굴에서 태도와 생각이 읽힌다고 생각하다가 나는 거울을 들여다 보았다. 내가 어떻게 살고 있었는지를 읽을 수 있을까 하여. 그렇게 가만히 나를 마주 보고 있다가 이내 그만 두었다. 내가 나에게 뭔가 잘 못 하며 살고 있는 것 같아서 오래 마주 볼 수 없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위를 하느냐에 따라 눈 코 입의 형태와 간격이 만들어 내는 모양이 서로 닮거나 달라지기도 하는 것 같다. 강하게 주장할 자신은 없지만, 적어도 눈빛은 그렇다.

2024년 2월 2일 금요일

사람 사이에서


세상엔 내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할 수 없는 건, 할 수 없는 거다.

단 한 건의 잡담조차 이어질 수 없는 대상을 만날 때도 더러 있다. 그것도 내가 어떻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상대방의 잘못도 나의 실수도 아니다.
사람의 사이에 있으면 막연한 응원, 댓가 없는 호의가 중요할 때가 많다. 베풀되 보상을 바라지 않기, 그것이 중요하다.

2024년 1월 28일 일요일

부평 공연

 

어제 토요일, 공연하는 날 새벽에 마감에 쫓겨 어쩔 수 없이 타이핑 하는 기분으로 페달보드를 꺼내어 정리하기 시작했다. 한 달 전 제주도에 갈 때 보드에서 컴프레서 페달 한 개만 떼어 가지고 갔었다. 전기잡음 문제를 일으켰던 일렉트로 하모닉스 페달 대신에 MXR 베이스 옥타브 디럭스를 보드에 붙이고, 프리앰프와 컴프레서의 위치를 바꾸어 연결했다. 그것이 공연 무대에서 아주 잘 작동해줬다. 리허설 할 때에 이미 좋은 소리가 나고 있어서 마음 편하게 연주할 수 있었다. 길게 고민했던 것이 아니라 하기 싫어서 버티다가 어쩔 수 없이 새벽에 급조했던 것인데, 결과가 좋았다.

가져간 악기들의 상태도 좋았다. 사실 한 달 넘게 쓰지 않았으니 상태가 나빠질 일도 없었다. 어제 공연에선 절반 분량을 펜더 엘리트 5현으로 연주했다. Passive 모드로만 썼다.

펜더 '64 재즈는 연말에 제주도에서 돌아온 후 두어 주 동안 줄을 풀고 가습기 앞에 세워져 있었다. 평소에 정확하게 조율한 상태에서 오래 두면 넥에 무리가 생기곤 했었는데 어제는 사운드체크부터 공연을 마칠 때까지 거의 여덟 시간 동안 두었어도 멀쩡했다. 올해의 첫 공연은 이렇게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