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20일 수요일

녹음

 

4년만에 가평 녹음실에 갔었다. 종일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일찍 일어났고, 조금 이른 시간에 출발하여 여유롭게 도착했다.

두 곡을 녹음했고, 나는 내 악기의 녹음을 마친 뒤에 악기를 주섬주섬 챙겨 집으로 먼저 돌아왔다. 아침에 나올 땐 내 할 일을 끝낸 뒤에도 모처럼 스튜디오 안에서 뒹굴거리며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피곤한 기분이 계속 나를 귀찮게 했다. 계획보다 너무 일찍 일어났고, 기운이 없어지고 있었다.
모든게 체력에 달려있다. 나는 운동해야 하는데, 통증이 있다는 핑계로 몸을 움직이지 않으며 지내고 있다. 집에 돌아와 발목과 허리에 붙인 파스를 떼어내면서 내가 너무 약골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3년 9월 18일 월요일

많이 움직였다.


 아침 일찍 시골집에 가서 부모 두 분을 태우고 서울집에 모셔다 드렸다. 시골집에서 무거운 것들을 좀 옮기고, 돌아오는 길에 식당에 들러 함께 점심을 먹었다. 오후에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40분 동안 선잠을 잤다.

합주연습 약속이 있는 날이었다. 수요일에 녹음하는 곡들을 연습하기 위해 모이기로 했다. 이른 저녁 시간이어서 지하철을 타고 다녀왔다. 퇴근 시간에 이 동네에서 서울 쪽으로 운전하려면 도로 위에서 음악을 아주 많이 들어야 한다.

지하철 역까지 가는 길에 삐쭉삐쭉 솟은 아파트 건물과, 삐쭉거릴 건물들을 더 짓기 위해 공사가 한창인 현장이 보였다. 이십년 전에 내가 이 동네에 왔을 땐 고요하고 한적했던 시골이었는데 이젠 주차할 자리도 모자란 작은 도시처럼 변했다.

연습을 마치고 다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올 때엔 피로가 밀려왔다. 잠이 부족하고 이른 시간부터 긴 시간 운전을 했던 것 때문이었나보다. 등에 메고 있는 악기 가방이 무겁게 느껴졌다. 땀이 많이 났는데, 골목길에서 휙 지나가는 바람이 시원했다.


2023년 9월 16일 토요일

영덕 인량마을에서

 

모텔에서 나와 근처 커피가게에 가서 샌드위치와 커피로 아침 겸 점심을 먹었다. 이른 시간이어서 가게엔 손님이 나 한 사람이었다. 사장님은 70, 80년대 소프트 록 음악을 틀어놓았는데, 창 밖의 빗소리에 섞여 듣기 좋았다. 한 시간 쯤 지나자 가게 안이 북적일만큼 손님들이 들어왔기 때문에 나는 커피를 내 보온병에 담아 가지고 나왔다.

약속보다 두어 시간 일찍 오늘 연주할 인량마을 고택에 도착했다. 잠깐 비가 덜 오는가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빗방울이 굵어졌다. 근처 주차장에 차를 멈추고 삼십여분 선잠을 잤다.
이윽고 멤버들이 모두 도착했다. 천막 위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리허설을 했다. 비가 내리는 덕분에 오늘밤 음악소리는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습기 때문에 악기가 물을 머금은 것처럼 젖어버렸다.
공연과 녹화를 마친 후에 방송 조명 아래에서 그림처럼 보이던 기와집 처마들을 두리번거리며 구경했다. 연주가 끝났을 때에 비가 잦아들기 시작했다.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자동차 시동을 걸었는데, 집에 가면서 들을 음악을 고르느라 한참 더 차 안에 머물러 있었다. 집까지 네 시간, 새벽 한 시에 도착했다. 편의점에 들러 사온 왕뚜껑 라면과 김밥을 먹고 조금 전에 끝난 토트넘과 셰필드 유나이티드 경기의 요약본을 보았다. 소화를 시키기 위해 뉴스를 보고, 집안을 어슬렁거리며 잠자고 있는 고양이들을 쓰다듬다가 다시 새벽에 되어서야 잠들었다.




2023년 9월 15일 금요일

깊은 밤 영덕으로

 


어제 목요일에 회기동에서 친구들과 함께 하는 팀과 합주연습을 했다. 새벽에 두어 시간 자고, 정오에 네 시간 넘게 더 잠을 자두었다. 다음날 영덕에서 연주하기 위해 오늘 하루 먼저 그곳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멤버들은 승합차로 내일 오전에 출발하기로 했다. 나는 혼자 운전하는 쪽을 선택했다.

저녁 일곱시 반에 집에서 출발했다. 보온병에 커피를 가득 담아 운전하며 조금씩 마셨다. 광주휴게소에 들러 라면을 먹고 햄과 치즈가 들어있는 샌드위치를 사서 가방에 넣었다. 원주와 제천을 지나는 중에 무서울만큼 센 빗줄기를 맞으며 운전했다. 

밤 열한시 반에 영덕 톨게이트를 지났다. 낮에 예약해둔 모텔을 찾아가는 중에 아내로부터 문자메세지를 받았다. 조금 전에 측정한 고양이 이지의 혈당수치를 적어보내며, 인슐린 주사 후 열 여덟시간이 지났는데 혈당이 정상적인 수치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알려줬다. 자정에 모텔에 도착하여 짧게 통화를 했다.

모텔 방에서 조명이 밝은 곳을 찾아 책상으로 삼고, 아이패드로 다스뵈이다를 보면서 쉬었다. 휴게소에서 사온 샌드위치와 집에서 가져온 커피를 먹고 가방에 챙겨온 공책과 펜을 꺼내어 글을 썼다.

일부러 하루 전날 공연하는 동네에 온 이유는 좋은 컨디션으로 일을 하고 집에 돌아가기 위한 것이었다. 운전하며 듣고 있던 음악을 아이패드로 틀어두고 침대에 드러누웠더니 갑자기 피로감이 밀려왔다. 그러나 그만 한 시간 쯤 지나 잠을 깨었고, 동이 틀 때까지 못잤다. 아내로부터 다시 이지의 아침 혈당이 얼마나 나왔는지, 인슐린은 얼마나 주사했는지 듣고 나서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