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19일 수요일

영화와 음악.


 영화 John Wick: Chapter 4 를 보고왔다. 맨 끝 시간 표를 예매하고 극장에 가기 전 한 시간부터 물을 먹지 않았다. 모처럼 긴 영화를 볼테니까 중간에 화장실에 가야하는 일을 만들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아내가 가지고 있던 패키지 쿠폰을 사용하여 표를 샀기 때문에 팝콘과 음료수 두 잔이 함께 나왔는데 나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음료를 마시지 않았다. 나는 원래 상영관 안에서 뭘 먹지 않으니까 그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곁에 앉았던 아내는 주인공이 오사카를 떠나기 전에 팝콘을 모두 비우고 베를린에 도착할 때쯤 자몽에이드를 다 마셔버리고 있었다. 영화가 끝나고 밖으로 나왔더니 내것은 얼음이 모두 녹아서 딱 먹기 좋을 정도가 되어있었다.

크레딧이 지나간 뒤에 쿠키영상이 있다는 정보를 미리 알고 갔다. 나는 관객이 모두 나가고 비어있는 영화관 계단에 혼자 서서 스크린을 노려보며 크레딧 자막이 다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늦은 시간까지 일하고 계셨던 직원에겐 좀 미안했다. 이 프랜차이즈와 주연배우의 팬으로서, 나는 영화를 만든 이들에게 감사하며 영화를 보았다. 메탈리카에게 고마와하며 그들의 새앨범을 듣는 것과 닮은 감정이었다.


메탈리카의 신보 72 Seasons는 나오자마자 듣기 시작하여 매일 두 번 이상씩 듣고 있는 중이다. 아주 좋다. "감사히 잘 듣겠습니다"라는 마음으로 감상하고 있다.

2023년 4월 15일 토요일

대전에서 공연.

 


대전 우송대학에 있는 예술회관 극장에서 공연을 했다.
아침에 집에서 근육에 통증이 생겨 많이 긴장했다. 아내가 동전 모양의 패치를 등에 붙여주었고, 그것이 효과가 있었다. 비가 내리는 고속도로를 달려 공연장에 도착했을 때 움직이고 연주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을 정도가 되어서 다행이었다.


무대 위에서 공연을 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나 연구를 읽어본 적이 있었다. 그들은 입을 모아 그날의 공연에는 관객의 힘이 분명히 작용한다고 했다. 정말 그렇다. 공연 때마다 이미 즐길 준비가 되어있는 관객들을 만나곤 했지만 오늘 객석을 메웠던 분들은 특히 더 즐거워해주고 있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연주에 깊이 빠져있을 수 있었다. 최근의 공연 중 가장 기억에 남을만한 무대였다고 생각했다. 문득 공연을 하지 못하며 지내야 했던 판데믹 기간이 아주 먼 옛일처럼 느껴졌다. 공연을 마친 후 대기실에 돌아가 옷을 갈아입으려고 했는데, 그때부터 다시 통증이 밀려왔다. 내가 무대 위에서 아픈 줄 모르고 있었던 것인지 마침 그 순간부터 다시 아팠던 것이었는지.

음악을 들으며 다시 고속도로를 달려 집에 돌아왔다. 휠을 쥔 손 말고는 거의 움직이지 않고 최소한의 동작으로 운전했다. 짧은 시간에 귀가할 수 있었다. 토트넘과 본머스의 축구중계가 15분 지연되어 시작한 덕분에 손흥민 선수의 백 한번째 득점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는데, 나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후반전이 시작될 무렵 잠들고 말았다.



2023년 3월 27일 월요일

 


오전에 일찍 치과에 갔다. 거의 두 해에 걸쳐 치과 수술을 마무리했다. 지난 해에 이미 끝났었는데 턱에 심어놓은 티타늄 픽스쳐가 염증을 일으켜 흔들리고 있어서 그것을 다시 빼어내어야 했다. 그리고 다시 수술, 회복 후 오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아직 바람이 서늘한데 꽃들이 서둘러 피어버려서 동네엔 색과 향기가 흩날리고 있었다. 햇빛이 많은 길을 따라 걷다가 걸치고 나왔던 외투를 벗어 손에 들어야 했다. 

2023년 3월 26일 일요일

천안에서 공연


 일요일 정오, 복잡한 길을 여러개 지나서 경부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했을 때 반대 방향 차선은 이미 긴 정체가 시작되고 있었다. 한 시간 사십분 정도 운전하여 천안 예술의 전당에 도착했다. 개관한 지 십 년 되었다더니 과연 깨끗한 새 건물이었다. 건축음향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에서 지었다는 정도만 읽어 보고 갔던 것인데 건물도 멋있었고 무대 위에서 들리는 소리도 좋았다.


나는 그 사이 새로 맞춘 안경을 쓰고 있었다. 어지러운 것이 사라져서 리허설을 하고 공연을 할 때에 편했다. 시력이 너무 빠르게 더 나빠지고 있는 것 같은데 이 정도에서 그만 나빠지면 좋겠다. 안경을 사용하며 잘 적응하는 수 밖에 없다.

공연을 마치고 돌아올 때엔 고속도로에 차들이 많지 않았다. 노랫말이 길고 무거운 노래들을 들으며 운전했다. 운전하는 동안 한 두 시간 전에 무대 앞에서 음악소리에 호응하며 즐거워 해주던 관객들의 얼굴들이 드문 드문 지나갔다. 집에 돌아와서는 갑자기 졸음이 쏟아져 자정에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