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8월 9일 월요일

엄마에게 라디오를.



엄마의 생신이었다.
나는 라디오를 선물해드렸다.

아무 것도 아닌 이야기이지만, 나에게 엄마와 라디오는 늘 연동되는 단어로 되어있다.
아주 아주 꼬마였던 시절에 엄마는 나에게 자주 라디오를 틀어줬다. 대부분 사람의 목소리보다는 연주음악이 흘러나오는 선국으로, 주로 기억하는 것은 현악기와 피아노였다.

십대가 되어서야 나의 라디오를 가지게 되었을 때에, 나는 스폰지를 물 속에 처박아버린 것처럼 음악에 빠져들었다. 어쩐지 한 번은 들어봤던 것 같은 음악들이 종일 나를 적셨다.
정식 음악교육을 한 번도 받아보지 않았던 나에게, 꼬마 시절 엄마가 틀어줬던 라디오가 말하자면 음악수업이었던 셈이다.

다행이다. 내 엄마는 다른 아무 기능도 없는 작은 라디오를 받고 좋아하셨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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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7월 26일 월요일

원래 다 그런 것.

나는 작가의 말을 신뢰하지 않지만, 어느 소설에서 읽었던 구절을 오래 기억한다.

누군가에게 외면당하고 버림받았던 사람은 공교롭게도 자신이 반대편의 입장이 되었을 때에, 누군가를 외면하고 등돌리는 일을 쉽게 한다고 했다.
사실이라면, 그것은 심리적인 문제일까 아니면 자기도 모르게 학습되었기 때문일까.

어쩌면 그런 이유들 때문이 아니라, 그냥 사람 사는 일들이 다 그런 것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원래 다 그런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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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7월 24일 토요일

두통.

훗날 지금의 글들을 다시 읽어보았을 때에, 이렇게 생활하면 안된다는 교훈이 되면 좋겠다.

저녁에 몽롱한 상태로 귀가했다.
만성 두통에다, 신경성인지 뭔지는 몰라도 위통이 함께 심했다.
습도 98%, 실내온도 섭씨 30도의 한 평짜리 방 안에 하루 여덟시간 앉아있었기 때문이었을거다.

새벽에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욕실에 들어가 토해보려고 애쓴 것 같기도 하고, 이 정도로 더울 수 있다니 신기하군... 하면서 몸을 식히려 샤워기의 물을 틀었다가 미처 옷을 안 벗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혼자 웃었던 것 같기도 하다.
젖은 옷이 아직 욕실 바닥에 그대로 있는 것으로 보아 분명 뭔가 어떻게 수습을 하고 자리에 누워 잠을 잤을 것이다. 그 과정이 기억나지 않는다.

아침, 어스름한 햇빛이 시작되고 있었다.
굶었더니 뱃속이 조금 편해졌다. 아직 머리가 아프긴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아플테니까 신경쓰지 말자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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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7월 21일 수요일

습기가 가득.


습기가 가득한 여름날이다.
몸과 마음이 축축하다.
그래도 가끔씩 멀리서 친구가 찾아와주고, 심심할까봐 소나기도 내려준다.
비가 오거나 말거나 나는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다.
언제 쓰일지는 아직 모르지만, 재활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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