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1일 화요일

이탈리안 펜

 

이탈리아 만년필을 처음 사보았다. 독일 펜들만 줄지어 놓인 맨 끝에 뚱뚱한 펜 한 자루가 함께 놓였다.

hard starting 이 심하여 신경이 쓰였는데, 내가 처음에 잉크를 제대로 넣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펠리칸 펜과 잉크 흡입구 위치가 달라서 닙을 더 깊이 잉크병에 담그어야 한다는 걸 잊고 있었다. 사나흘 이 펜으로만 써보았다.

hard starting이라는 말보다, 펜을 쓰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우리말인 '헛발질'이 훨씬 느낌을 잘 전달한다는 생각을 했다.

2024년 5월 19일 일요일

일요일 낮

 

볕이 지나간 베란다 창가에서 이지와 깜이가 바람이 불어오는 걸 즐기고 있었다. 이것은 어제 낮에 내가 평택으로 가고 있을 때 아내가 찍은 사진.

햇볕이 많이 들어오는 일요일 낮에 깜이가 기분 좋게 자고 있었다.
사진을 찍은 후 다가가서 궁둥이를 두드려 줬다.


2024년 5월 18일 토요일

평택에서 공연

허리보호대 없이 사나흘 잘 지내고 있었기 때문에 안심했다가, 목요일부터 다시 통증이 심해졌다. 자세를 바꿀 때마다 아파서 잠을 제대로 못잤다. 하루 종일 몽롱한 정신으로 힘들게 보냈다. 낮에 평택으로 가는 길에 한 번, 밤중에 집에 돌아올 때 한 번씩 상일 인터체인지에서 길을 잘못 들었다. 그 바람에 황산 사거리에서 낮과 밤 두 번 '유턴'을 해야 했다.

공연 중에는 거의 졸고 있었다. 잠깐씩 연주를 멈췄을 때 이러다가 큰 실수를 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여 정신을 차려보려고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그런데, 연주는 평소보다 더 잘 되었다. 이번 주에 매일 연습을 했던 덕분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몸 상태가 나빴어서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평택 문화예술회관 소극장은 분위기가 좋고 내부의 소리 울림도 근사했다. 두 시간 넘는 공연 내용이 사실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좋은 극장이었다는 느낌을 갖고 돌아왔다.


 

2024년 5월 12일 일요일

오월

 

오월 아침, 볕이 환히 드는 시간에 늘어지게 자고 있는 고양이 이지 곁에 다가가 사진을 찍으려고 했더니 그만 깨어나 고개를 들고 말았다. 인슐린 주사를 더 이상 놓지 않은지 석 달이 지났다. 고양이가 당뇨를 이겨내 준 것이 고맙다.

짤이는 가까이 앉아 아이폰 셔터 소리를 내어도 귀조차 움직이지 않고 쿨쿨 자고 있었다.

깜이는 계속 따라다니면서 야옹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