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토요일

평택에서 공연

허리보호대 없이 사나흘 잘 지내고 있었기 때문에 안심했다가, 목요일부터 다시 통증이 심해졌다. 자세를 바꿀 때마다 아파서 잠을 제대로 못잤다. 하루 종일 몽롱한 정신으로 힘들게 보냈다. 낮에 평택으로 가는 길에 한 번, 밤중에 집에 돌아올 때 한 번씩 상일 인터체인지에서 길을 잘못 들었다. 그 바람에 황산 사거리에서 낮과 밤 두 번 '유턴'을 해야 했다.

공연 중에는 거의 졸고 있었다. 잠깐씩 연주를 멈췄을 때 이러다가 큰 실수를 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여 정신을 차려보려고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그런데, 연주는 평소보다 더 잘 되었다. 이번 주에 매일 연습을 했던 덕분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몸 상태가 나빴어서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평택 문화예술회관 소극장은 분위기가 좋고 내부의 소리 울림도 근사했다. 두 시간 넘는 공연 내용이 사실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좋은 극장이었다는 느낌을 갖고 돌아왔다.


 

2024년 5월 12일 일요일

오월

 

오월 아침, 볕이 환히 드는 시간에 늘어지게 자고 있는 고양이 이지 곁에 다가가 사진을 찍으려고 했더니 그만 깨어나 고개를 들고 말았다. 인슐린 주사를 더 이상 놓지 않은지 석 달이 지났다. 고양이가 당뇨를 이겨내 준 것이 고맙다.

짤이는 가까이 앉아 아이폰 셔터 소리를 내어도 귀조차 움직이지 않고 쿨쿨 자고 있었다.

깜이는 계속 따라다니면서 야옹거리고 있었다.


2024년 4월 29일 월요일

울산 공연


 울산에서 공연 10분 전 모습.

하루 전에 도착하여 계속 쉬다가, 낮엔 일찌감치 공연장 주차장에 가서 차 안에 드러누워 있었다. 금요일에도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았다. 그 덕분에 이틀 동안 덜 아팠던 것이라고 믿고 있다. 사운드체크를 하고 도시락을 반쯤 먹고, 곧 이어 공연 십분 전에 무대 근처로 가서 대기했다.

두 시간 이십여분 공연을 하고, 짐을 챙겨 부지런히 출발. 고속도로 위에서 세 번 쯤 쉬며 집에 왔다. 주차할 자리가 부족하여 먼 곳에 차를 세우고 집까지 걷는데, 바람이 많이 불었다.



악기를 차에 실어두고 다닌지 한 달이 넘었다. (처음 있는 일이다)
오늘은 좀 잠을 자고, 내일 낮엔 자동차에서 악기를 꺼내어 집에 가져올 거다. 손질도 하고 잡음이 생긴 케이블도 교체해야 할 것 같다. 벌써, 오월이 다가오고 있다.


2024년 4월 22일 월요일

집에서

내가 여수에 다녀오는 사이에 아내는 혼자 거실의 가구를 모두 옮겨 자리를 다시 배치해 놓았다. 한쪽 벽의 책들을 모두 꺼내어 바닥에 내려 놓았다가 일일이 먼지를 털어 다시 반대편 자리에 꽂아 놓았을 것이었다. 무거운 것들은 바닥에 수건을 대고 이리 저리 밀고 당겼을 것이고. 그런 일을 어째서 매번 혼자 하는 것인지 의문이었는데, 계속 허리가 아프다느니 하는 내가 집에 없을 때 혼자 애쓰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던 것이겠지.

아내가 고양이들의 자리도 새로 정돈해줘서 고양이들은 해가 질 때까지 베란다에서 뒹굴고 졸며 보냈다. 깔끔해진 집안엔 새로 내린 커피 냄새가 떠다녔다.
다음 주에 울산에 갈 땐 미리 그림을 그려서 줄테니, 이번엔 내 방도 대청소를 부탁한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