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18일 수요일
엉터리 기억
2023년 1월 11일 수요일
잉크
새로 잉크 두 병과 공책 몇 권을 샀다.
카랜다쉬 잉크를 넣어 쓰고 있던 펠리칸 펜에 Diamine Eau De Nil 잉크를 넣었다. 나일 강의 물이라니, 색상의 이름들은 다 근사하다. 새 잉크의 색이 만년필 색깔과 거의 똑같이 보였다. Diamine 잉크를 처음 사보았는데 과연 좋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이미 두루 검증되었고 오랜 세월 인기가 있는 잉크는 사면서도 잘 모르고 정보가 부족한 잉크는 구입하기 꺼려하는 이유는 모험심이 없거나 권위에 기대려는 마음이 있기 때문일까.
새로 넣은 잉크가 펜과도 잘 어울리고 종이 위에 그어지는 기분도 좋아서 만족스럽다. 사실 잉크의 차이를 느낀다거나 하는 것은 일년 전만 해도 내 일상에 없던 일이었다.
디아민 Diamine 잉크는 원래 발음대로 하자면 '다이어민'이 될텐데 우리나라에선 '디아민'이라고 부른다. 유튜브 영상 중에 어떤 미국인은 '다이어마인'이라고 읽고 있었다. 그 단어가 만들어진 유래를 알면 원래의 영어 발음인 '다이어민'이 가장 납득할 수 있는 읽는 방법일 것이다.
그렇지만 디아민이라고 쓰고 읽는 것이 어쩐지 예쁘게 들리기도 하고, 그 철자를 연상하기도 편하여 좋다고 생각했다. 미국인의 '다이어마인'은 그들 나름대로 그렇게 말하는 것이 더 편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소리가 통일되지 않고 이름이 여기 저기에서 다르게 불리워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여러 가지로 불리워지고 있어도 가리키는 것은 하나라는 것이 재미있기도 하다.
2023년 1월 1일 일요일
2022년 12월 31일 토요일
한 해가 끝났다.
올해 2월부터 쓰기 시작한 공책 열 권에 글을 가득 채웠다. 일 년짜리 다이어리 책에도 거의 모든 기록과 메모를 빼곡하게 적었다. 컴퓨터로 글을 써왔을 때와 달리 나중에 다시 기록을 찾아볼 때 검색어를 입력하여 원하는 것을 볼 수 없기 때문에 공책마다 끝 장엔 날짜별로 키워드를 적어 정리해뒀다. 그것을 죽 훑으면 지나보낸 한 해의 일들이 순서대로 보였다. 한 달에 한 권씩이라고 생각하면 매년 열두 권의 공책이 필요한 셈이니 미리 공책들과 잉크를 주문하기로 했다.
전염병이 돌아 거의 아무 일도 못했던 두 해를 보낸 뒤, 올해에는 그나마 일을 할 수 있었다. 장거리 운전은 전보다 쉽지 않았지만 옴짝달싹 못했던 앞 해의 일을 생각하면 고맙게 느껴졌던 시간이었다.
새해를 맞는다고 하여 무슨 특별한 느낌 같은 것은 없다. 기껏 나이가 느는 일이 이렇게 고될 일인가 하였다. 달력의 맨 끝 날짜에 서서 곧 시작할 새 연도를 생각하면 거의 모든 것에 희망도 기대도 갖기 어려운 기분만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