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1일 일요일
2022년 12월 31일 토요일
한 해가 끝났다.
올해 2월부터 쓰기 시작한 공책 열 권에 글을 가득 채웠다. 일 년짜리 다이어리 책에도 거의 모든 기록과 메모를 빼곡하게 적었다. 컴퓨터로 글을 써왔을 때와 달리 나중에 다시 기록을 찾아볼 때 검색어를 입력하여 원하는 것을 볼 수 없기 때문에 공책마다 끝 장엔 날짜별로 키워드를 적어 정리해뒀다. 그것을 죽 훑으면 지나보낸 한 해의 일들이 순서대로 보였다. 한 달에 한 권씩이라고 생각하면 매년 열두 권의 공책이 필요한 셈이니 미리 공책들과 잉크를 주문하기로 했다.
전염병이 돌아 거의 아무 일도 못했던 두 해를 보낸 뒤, 올해에는 그나마 일을 할 수 있었다. 장거리 운전은 전보다 쉽지 않았지만 옴짝달싹 못했던 앞 해의 일을 생각하면 고맙게 느껴졌던 시간이었다.
새해를 맞는다고 하여 무슨 특별한 느낌 같은 것은 없다. 기껏 나이가 느는 일이 이렇게 고될 일인가 하였다. 달력의 맨 끝 날짜에 서서 곧 시작할 새 연도를 생각하면 거의 모든 것에 희망도 기대도 갖기 어려운 기분만 든다.
2022년 12월 30일 금요일
올해 들었던 음악들
2022년에 나온 앨범 중에서 자주 들었던 음반들을 모아봤다.
노인이 된 싱어송라이터의 노래가 값지다. 여전하지 않고 변해진 목소리가 근사했다. 세번째 곡 Stranger 가 좋아서 가사를 보면서 더 들었다. 미국인이 노래할 수 있는 멋진 내용이군, 했다. 누알라 케네디와 듀엣으로 부른 네번째 곡 Swannanoa 도 듣기 좋았다.
2022년 12월 19일 월요일
월드컵, 녹음실
자정에 월드컵 결승중계를 보기 시작할 때엔, 중계가 끝난 후 두 시쯤 잠들면 아침에 일찍 일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르헨티나와 프랑스의 결승 경기는 예상보다 더 대단한 게임이었다. 서로 두 점씩 얻고 연장전에서 다시 한 골씩 넣어 또 한 번 동점, 결국은 승부차기까지. 세 시간짜리 스포츠 픽션을 보는 기분이었다. 결국 시상식까지 다 보고... 네 시 반이 넘어서야 잠들었다.
도로가 막힐 것이라고 내비게이션이 겁을 주길래 알람을 조금 더 이르게 맞춰두고 깨었다. 녹음을 해야 하는데 잠이 모자라 집중력이 흐려질까봐 평소보다 진하게 커피를 마셨고, 배가 부르면 안 될 것 같아서 음식은 조금만 먹고 출발했다.
녹음하는 동안엔 커피를 석 잔 더 마셨다. 녹음할 내용을 준비할 시간이 넉넉했던 덕분에 그동안 집에서 예습을 많이 할 수 있었고 그것이 도움이 되었다. 세 개의 악기를 곡마다 어울리게 맞추어 사용했다. 가습기를 새로 구입하여 악기를 잘 관리했던 보람이 있었다. 악기들 상태가 좋아서 연주하는 데 불편하지 않았다.
나는 오늘 내가 맡은 부분을 모두 완성할 수 있었다. 다시 악기들을 메고 들고 집으로 왔는데 밤 아홉시에 이미 지하주차장엔 자리가 없었다. 야외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가방 두 개에 악기가방 세 개를 동시에 짊어지고 걷고 있었더니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고 있던 이웃사람들이 내가 지나가는 모습을 구경하였다.
집에 오는 중에 한 곡을 다른 버젼으로 한 번 더 녹음해보자는 연락을 받았다. 내일은 좀 여유있게 가도 될 것이니 오늘은 깊이 잠들 수 있으면 좋겠다. 잠이 부족하여 힘들었지만, 심야에 보았던 월드컵 결승 경기는 생중계로 보았던 보람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