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30일 금요일

올해 들었던 음악들

 2022년에 나온 앨범 중에서 자주 들었던 음반들을 모아봤다.


Falling Grace. 로맹 필롱, 요니 젤닉, 제프 발라드 트리오의 연주는 공간이 많아서 듣기 시작하면 긴장이 풀리는 기분이 든다. 세 사람의 연주가 다 좋지만 드러머 제프 발라드의 안정감이 이 트리오를더 중요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네번째 곡 Lament 를 한동안 매일 들었다.


노인이 된 싱어송라이터의 노래가 값지다. 여전하지 않고 변해진 목소리가 근사했다. 세번째 곡 Stranger 가 좋아서 가사를 보면서 더 들었다. 미국인이 노래할 수 있는 멋진 내용이군, 했다. 누알라 케네디와 듀엣으로 부른 네번째 곡 Swannanoa 도 듣기 좋았다. 


키스 자렛이 2016년에 프랑스에서 했던 공연 녹음이 올해 앨범으로 나왔다. 열 세곡의 수록곡들은 제목 대신 로마숫자로 붙여진 번호다. 모두 즉흥 연주이기 때문이다. 쾰른 콘서트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 이후로 이런 음반을 들을 땐 나에게 인상적으로 들렸던 곡에 나만의 제목을 붙여보기도 했었다. 번호도 제목일 수 있을텐데 신기하게도 나름의 이름을 붙이면 생각이 나서 찾아 들어볼 때 기분이 다르다. 그런데 이젠 그런 일도 그만 뒀다. 매번 남의 연주에 내멋대로 이름을 붙여보는 것도 에너지가 너무 드는 일이다. 이 앨범은 한 시간 십분 분량이어서 두어 번에 나누어 잠들기 전에 듣곤 했다.

이 미국인 피아니스트의 연주는 처음 들었다. 에리크 사티와 로베르트 슈만의 곡과 François Couperin, Philip Glass 의 음악을 연주했다. 나는 쿠페렝이라는 작곡가의 음악을 이 음반으로 처음 들어보았다. 아무 정보 없이 듣기 시작했다가 그날 종일 틀어두고 있었던 앨범이다. 수록곡의 순서도 좋았다.

기타리스트 로맹 필롱의 또 다른 트리오는 드러머 브라이언 블레이드와 함께 하는 팀이다. 제프 발라드와 함께 했던 앨범 Falling Grace 는 밤중에 많이 들었다면 이 앨범은 아침 시간이나 장거리 운전을 할 때 자주 들었다. 로맹 필롱, 제프 덴슨, 브라이언 블레이드 트리오의 앨범은 2019년에 나왔던 Between Two Worlds가 있는데, 그것도 꽤 좋았다.

듀란듀란만큼 꾸준한 밴드도 드물다. 이 앨범은 분명히 올해 시월에 나온 것인데 몇 곡은 마치 듀란듀란의 옛 앨범 중에서 들어봤던 것처럼 들렸다. 그러고보니 이 밴드처럼 꾸준하게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팀도 많지 않다. 두번째 곡 All Of You와 여섯번째 곡 Beautiful Lies가 맨처음 좋았었다.

이 기타리스트는 유튜브에서 펠릭스 파스토리우스와 연주하고 있는 영상을 본 뒤에 검색하여 찾아 들었다. 스탠다드 곡들인데 전부 진지하고 내용이 알차다. 열 곡을 순서대로 몰입하여 듣게 됐었다. 끝 곡 Solar가 인상 깊었다.

왜 제목이 연주자의 이름인가 하면, 존 스코필드 혼자 연주했기 때문이다. 이 앨범도 들어보기 전에 유튜브에서 그가 앰프 두 개를 사용하여 연주하고 있는 영상을 먼저 보았다. 어쩐지 뭔가 다른 일을 할 때에 틀어놓았던 경우가 많아서 잘 집중하지는 못했던 앨범이었다. 좋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이 앨범에 대한 이야기도 써둔 적이 있었다. 이 쿼텟이 내한한다면 반드시 구경하러 갈 것이다.

재즈라고 한다면 할 수 있겠는데, 그래서 재즈가 아니라고 우겨도 된다고 생각한다. 음악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내 감성으로는 자리를 잡고 앉아 성의있게 듣지 못했다. 그런데 문득 그 분위기가 떠오를 때가 있었어서, 가끔씩 한 두 곡을 골라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 리스트에 빼먹지 않고 넣은 이유다.

나는 오르간 트리오는 잘 듣지 않는데, 이 앨범은 제외다. 래리 골딩스의 오르간도, 피터 번스타인의 기타도 정말 좋았다. 빌 스튜어트는 말할 필요도 없다. 앨범 전체가 다 좋았다. 세 사람이 삼십년 전에 냈었다는 앨범도 찾아서 들어보고 싶어졌다. 

나는 현악 사중주의 연주를 직접 본 적이 한번도 없다. 슈베르트 음악을 검색하다가 들어볼 수 있었던 앨범인데 듣고 있다가 급히 헤드폰을 쓰고 처음부터 다시 들었다. 그리고 아직 끝까지 다 못들어봤다. 쉰 다섯 곡이 여섯 시간 이십분 동안 이어지는 앨범이기 때문이다. 어디에서 멈췄는지 기억했다가 다음 주에 다시 이어서... 라는 방법으로 듣고 있다. 아름답고, 뭔가 의욕을 일깨워 주는 연주였다.

처음 Eddie 라는 노래가 싱글로 먼저 공개되었을 때 듣고 깜짝 놀라며 좋아했다. 나는 RHCP 의 팬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런데 이 앨범은 꽤 여러 번 들었고 들을 때마다 즐거웠다. 솔직히 이 정도면 베이스를 연주하는 사람을 위한 앨범 아닌가. 마이클 피터 발자리 선생님, 존경합니다.

세 곡 짜리라서 여러 번 들었다. 더 길었다면 많이 듣지 않았을 것이다. 연주도 녹음도 전부 완벽하다. 완벽한데, 많이 듣지는 못하겠다. 크리스챤 맥브라이드 탓은 아니다. 마이크 스턴 때문이었을까. 이 EP는 24-bit/192kHz 로 녹음했다는데 음질이 좋은 것은 좋지만 음량이 너무 크다.

이 기타리스트의 이름은 줄리앙 라즈라고 발음하는데, 한글로 검색하면 '라게'라고 써둔 것만 보인다. 앨범 전체를 들어본 것은 처음이었다. 작년에 나온 앨범은 아직 못 들어보았고 그 전 해에 나왔던 Love Hurts는 듣다가 그만뒀었다. 이 앨범은 좋았다. 작곡을 잘 하는 기타리스트이다. 빌 프리셀이 코드를 연주해준 것도 좋았다.

9년 전 A Rise in the Road 앨범부터 이 밴드는 뭔가 달라졌다. 나는 지미 하슬립의 연주를 좋아하지만 어쩐지 그가 팀을 떠난 이후 이 쿼텟의 음악이 더 좋아진 기분이다. 거의 2년 간격으로 꾸준히 앨범을 내주고 있는 것이 대단하다. 베이시스트 데인 앨더슨의 연주도 많이 좋다.

봄에 나왔던 재즈 앨범 중 제일 좋았다. 사실 이 기타리스트의 연주를 집중해서 오래 듣고 있으면 기운이 빠진다. 완벽한 연주가 주는 감동이라는 것도 있긴 하지만 도무지 틈이 없다. 듣다보면 어느 순간 따라가기 힘들어지는 순간이 온다. 그래서 제일 좋았는데, 여름 이후 거의 들어본 적 없게 되었던 앨범이다. 그래도 시디를 모으듯이 앨범을 낼 때마다 다운로드해두는 뮤지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