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4일 월요일
2017년 9월 3일 일요일
두통.
나는 진통제를 잘 먹으려 하지 않았다.
아무리 통증이 심해도 가능한 약을 먹지 않고 버텨보았다.
진통제라는 것을 먹으면, 사실은 아픈 것인데 고통을 느끼지 않게 된다는 것이 싫다고 하는 이유였다.
그런데 몇 년 전 치과치료를 오래 받으면서 전혀 고민하는 일 없이 진통제를 먹었었다.
다 됐고, 그런 통증은 정말 싫었다.
이번에는 지난 토요일 동탄에서 공연을 할 때에 시작된 두통이 일주일 넘게 지속되고 있었다. 결국 더 버티지 못하고 약을 먹었다. 쉽게 사라지지 않아 사흘 째 먹었다. 아직 통증이 남아있지만 약을 먹기 전 보다는 훨씬 나았다.
이제 아파지면, 나는 부지런히 진통제를 사서 먹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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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26일 토요일
좋은 사람들이란.
누군가에게 실망을 하고 마음이 틀어져버리는 일은 큰 사건이나 첨예한 대립 때문에 벌어지지 않는다. 아주 사소한 일, 대수롭지 않은 말 한 마디, 문득 드러나버린 습관 같은 것에 갑자기 그 사람이 꼴 보기 싫어진다.
그런데 갑자기 미워진 그 사람은 사실 아무 잘못이 없다. 처음부터 생각이 반대라거나 이해관계 등으로 내 편이 아니었던 사람에게는 실망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은 내가 만들어놓은 기대와 착각으로 사람에게 넌더리가 나고 두 번 다시 보기 싫어질 때가 많다. 정작 상대방은 갑자기 변한 것 없이, 원래부터 그런 상태로 일관해 왔을 뿐이었던 것이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인간에 대한 불신을 과장하게 된다. 타인을 쉽게 일반화 하고 아무 것도 아닌 일에 도덕적 잣대를 들이밀게 될 수도 있다.
그 반대의 경우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희망적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깊은 성찰이나 고양된 인격에 몹시 감명하여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아주 사소한 행동, 대수롭지 않은 말 한 마디, 그날따라 다르게 들리는 고운 음성, 새삼 느껴진 따스함에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무턱대고 호감을 가진다.
역시 알고 보면 그 상대방이 갑자기 훌륭해졌다거나 아름다와진 것이 아닐 것이고, 사실은 모두 내가 만든 환상과 바람을 증폭시켜줄 티끌만한 단서를 내가 발견하여 과장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환상이거나 착각이면 뭐 어떤가. 혐오를 느끼는 것과 호감을 느끼는 것의 주체가 남이 아니라 알고 보면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세상의 대부분의 것은 대개 아는만큼 더 보인다. 사람을 보는 일이 꼭 그렇다. 좋은 사람이란 지상에서는 누구도 본 적 없는 것일 수도 있다. 모두 내가 발견해내고 내가 찾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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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24일 목요일
아직 여름.
깻잎 위에 여치가 한 마리 앉아 있었다.
아무도 자기를 못 보는 줄 아는지, 바람에 흔들리고 사람이 곁을 지나도 꼼짝 않고 있었다.
결국 여치의 다음 일정을 기다려주다가 저것은 따지 못하고 지나쳐야 했다.
덥지 않은 여름은 없었는데, 매년 여름은 더 덥게 느껴진다. 이것은 착각이다. 훨씬 더 더운 여름도 있었고 덜 더운 여름도 있었을 것이다.
시골집에서 부모님께 인사하고 다시 운전을 시작하자 다시 비가 무섭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더 가물었거나 그 반대로 장마가 더 지독했던 여름도 있었을텐데 어쩐지 해가 갈 수록 여름은 더 더운 것 같고 비내리는 여름 오후는 더 끔찍하게 습하다.
아직은 여름이다. 추석이 다가오면 또 언제 그랬었냐는 듯 찬 바람이 불 것이다.
나는 전에, 여치 같은 메뚜기 친척들이 계절이 바뀌면서 색깔도 변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알고보니 갈색여치라는 놈이 따로 있었다. 가을이 되면 옷을 갈아입는 줄로 알고 그놈들 참 근사하다고 생각했는데, 실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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