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28일 토요일
고양이들과 집에서.
또 아침이 밝아오는 것을 보며 잠들었었다. 순이가 물을 찾으면 일어나서 물그릇을 확인하고 새로 떠주었다. 약을 차례로 먹이고 주사기를 사용하여 물도 먹였다.
고양이 꼼이 연신 따라와 걱정을 했다. 순이 곁에 다가가 순이를 살펴본 후에는 다시 나에게 다가와 몸을 부볐다.
나는 여전히 틈만 나면 아이폰을 붙들고, 컴퓨터를 켜고, 고양이 흉수, 폐 질환, 종양과 항암치료, 수술 등에 대해 검색했다. 흉수를 제거하는 것이 치료가 될 수 없는 것을 알고 있지만 고양이의 호흡을 편하게 해줄 수 있다면 내일이라도 다시 병원에 데려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너무 자주 자동차에 태워 병원에 다니는 바람에 고양이가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을까, 온통 그런 걱정 뿐.
열흘이 넘게 약을 강제로 먹였더니 순이는 이제 턱을 앙다물고 입을 벌리려 하지 않을 때가 많다. 나는 기회를 노려 여러번 실패한 후에야 겨우 한 알의 약을 먹일 수 있다. 그런데 아내는 언제나 한번에 고양이에게 약을 먹이고, 물에 불린 사료도 쉽게 먹이고, 알약 조차도 꿀떡 삼키게 한다. 그것을 배우는 일이 나는 더디다.
며칠 사이 순이는 다시 편안한 표정을 자주 짓고, 장난도 쳤다.
아침에 컴퓨터를 끄고 잘 준비를 하려 자리에서 일어났더니, 곁에서 눈을 감고 누워있던 순이가 얼른 일어나 침대 곁에 새로 자리를 잡고 누웠다. 지금은 내 곁에서 십분이 넘도록 그르릉 소리를 내고 있는 중이다. 그것이 아파서가 아니라 기분이 좋아서 그러는 것이라면 좋겠다.
낮에는 아내가 '순이의 컨디션이 좋아졌는지 놀기도 하고 잠시 뛰기도 했다'고 말해줬다.
나는 짧은 토막잠을 나누어 자면서 잡다한 꿈을 꾸고 있다. 꿈속에서는 누군가가 나에게 말도 안되는 단어를 가르쳐주기도 했고 고양이 모습을 한 사람이 나타나 말을 걸기도 했다. 음악을 듣지 않은지 열흘이 넘은 것 같고, 악기를 연습하는 것도 계속 거르고 있었다. 레슨생을 위한 파일을 만들고 학교에서의 수업내용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눈이 피로하여 자주 웅크려 앉게 되었다.
2016년 5월 23일 월요일
순이와 병원에.
알람이 울리기 전에 벌떡 일어났다. 네 시간도 채 못 잤다.
아내는 이미 순이를 병원에 데려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동장 안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고양이를 아내가 담요로 감싸 안고 자동차에 올라탔다.
새로운 병원을 찾아 갔던 것은 잘한 일이었다.
고양이 전문이라고 해도 좋은 원장 선생님이 순이를 진료해줬다.
나는 큰 희망은 가지지 않았다. 다만 조금이라도 상세하게 순이의 상태를 알고 싶었다. 의사 선생님은 친절했고 가능한 자세하게 고양이의 현재 상태를 설명해주려 했다. 이미 일주일 동안 공부했던 내용들이어서 수의사의 설명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의사 선생님은 자신의 임상 경험에 비추어 순이의 상태를 알려줬다.
그리고 나에게 물었다. 어떻게 해주기를 원하세요, 수술을 해드릴까요.
나는 그것을 바라며 온 것이 아니라고 대답했다. 다만 이 고양이에게 필요한 어떤 것을 더 해줄 수 있는지 배우고 싶다고 했다.
수의사의 진단과 견해도 우리와 같았다. 이런 상태의 고양이들을 수술해 보았지만 종양이란 적출해도 소용이 없었다고 했다. 그렇다고 읽었다.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다만 코로나 바이러스 키트 검사 결과가 음성이었다는 것과 혈액검사의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나왔었다는 이야기를 듣더니, 순이의 폐에 흉수가 찬 것이 복막염과 얼마나 상관이 있는지 알아 보자고 했다. 순이의 피를 뽑아 면역 검사를 해줬다. 그 결과를 듣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 아내는 병원에서 살고 있는 고양이들과 놀아줬다. 고양이를 안고 그 병원을 찾아 오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다.
원장 선생님은 Immune Comb 소책자와 검사결과 시약을 가져와 다시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복막염일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결론이었다. 지난 번 병원의 의사는 우리에게 순이를 격리시켜놓으라고 했었다. 아내는 병원 원장의 말을 자세히 듣고 질문도 했다.
의사는 앞으로 순이의 병세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를 말해줬다. 종양은 커질 것이고, 점점 다른 부위로 퍼질 것이다. 이미 폐에 종양이 전이된 것이라면 호흡 곤란이 오게 될 것이다. 산소를 공급해 주는 기구를 만들어주면 순이의 호흡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고, 김치통으로 판매되는 플라스틱 통을 사오면 산소방을 직접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고양이의 배에 생겨난 종양이 더 커지면 땅에 끌릴 정도가 되기도 하고, 고양이가 많이 아파할 것이라고 했다. 안락사를 고려할 수 있다는 말도 빼먹지 않았다.
약을 더 처방 받고, 진료내역서와 면역에 관련된 자료 책자를 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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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마치고 밤중에 집에 돌아왔다. 현관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오는데, 방에서 부터 현관 앞 까지 순이가 잔걸음으로 뛰어 나왔다. 함께 따라 나온 다른 고양이들의 머리를 만져 대충 인사를 하고, 순이를 들어 올려 어깨에 태웠다. 순이가 내 어깨를 꼭 붙잡고 이마를 내 목에 기대었다.
순이는 언제나 내가 집에 오면 그렇게 했었다. 내가 집에 들어서면 뛰어 나와 인사를 해줬고, 밤이 새도록 내 곁에서 졸았다. 내가 돌아올 시간이 가까와지면 현관 앞에 앉아서 나를 기다리기도 했다. 십 일 년 동안 이 고양이는 나에게 그렇게 해줬다.
나 혼자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아내의 도움을 받아 병원에서 받아온 약을 고양이에게 먹였다. 심야에 늦은 저녁식사를 해결한 뒤에, 다른 가루약을 캡슐에 담아 순이에게 먹였다. 이번에는 나 혼자 고양이에게 약을 먹일 수 있었다.
새벽. 순이는 또 책상 위에 올라와, 내 곁에 누웠다. 이제 그만 푹신한 곳에 가서 잠을 자도 좋을텐데, 변함 없이 곁에 다가와 있다.
순이의 호흡은 조금 나아졌다. 언젠가 다시 가빠질 것이고, 점점 힘들어할지도 모른다.
2016년 5월 21일 토요일
2016년 5월 20일 금요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
새벽에, 순이를 쓰다듬고, 안아주고, 십여년 동안 하던대로 어깨 위에 올려태워 집안을 걸어 다니며 말을 해줬다.
나는 고양이의 종양이라는 그것이 더 번지지 않게 해줄 방법은 정말 없을까, 그저 흉수를 없애주고 약을 꾸준히 먹이면 예전처럼 활발하지는 못하더라도 더 오래 함께 있을 수 있지는 않을까... 그런 기대를 해보고 있었다. 그럴 수라도 있으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후에 예약했던 동물병원에 순이를 데리고 다시 갔었다.
그런데 예약이 되어있지 않았다.
담당 의사는 약속시간 한 시간 반이 지나 나타나더니, '알고 있었는데, 예약하신 것을 제가 전달을 못해서... 그런데 저는 알고 있었어요'라는 말을 했다. 그건 됐다, 나는 고양이의 건강상태를 아는 것이 급했다.
기가 막히는 것은, 순이가 한 달 시한부라는 말을 듣는 일이었다.
새로 방사선 사진을 찍은 것을 들여다보았다. 크게 좋아지지 않았다.
나는 지난 며칠 동안 검색해볼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뒤져서 읽어보았다. 이 진단 그대로라면 가망이 없는 것이 맞았다. 그런데 의문이 생기는 것들이 보였다. 이 의사 분의 진단은 유선종양이 폐로 전이되었고, 림프종이 이미 온몸에 번지기 시작했으며, 복막염으로 의심되는 증상이 흉수와 관계있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이 완벽한 검사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복막염 키트검사 결과는 음성으로 나왔고, 혈액검사의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나왔다. 폐의 흉수도 내가 찾아보았던 사진들과 비교하면 심각한 단계의 것이 아니었다.
완벽한 치료를 바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이 병원은 줄곧 아무 것도 손 쓸 방법이 없으니, '맛있는 것이나 많이 먹이세요'라고 하고 있었다.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한채로, 점점 순이의 상태가 나빠지다가 결국 죽어갈 것을 예상하며 구경만 해야 한다는 것은 억울하다. 아내에게 도움을 청할 여유도 없었기 때문에 나는 인터넷의 번역기를 사용하여 일본어 자료를 뒤져 읽었다. 영어로 된 논문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지금 병원에서 해줬던 이야기들이 맞을 수도 있지만, 모두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고양이를 오래 진료한 경험이 있는 수의사 선생님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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