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4일 목요일

예의.


야외에서 스탠다드 재즈 연주를 하는 도중에, 어떤 남자가 지나가면서 반말을 했던 적이 있었다.
'신나는 노래는 언제 나와?'

멍멍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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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1일 월요일

헬로 루키 공연.


춥고 바람이 많이 불었던 토요일. 리허설을 마치고 무려 일곱시간... 지루하게 기다리다가 무대에 올랐다.
그때쯤 나는 반쯤 졸고 있었어서 그만 달랑 베이스만 들고 올라갔다가, 이크, 케이블과 페달보드를 대기실에 두고 와버린 것을 무대에 올라가서야 알았다. 느릿느릿 다시 대기실로 돌아가 이펙터들을 챙겨서 다시 무대로 나왔더니 이미 다른 멤버들은 준비 끝. 맨 앞의 관객 몇 분이 티를 내지 않으려하며 허둥거리고 있는 나를 보고 웃었다.

무대에서 바라본 청중들의 얼굴들. 무려 세 시간이 넘게 선채로 구경하고 있었을텐데도 피로해하기는 커녕 잔뜩 집중해있었다. 축하공연을 하는 입장으로 그곳에 섰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나이 어린 밴드들에게 보답하고픈 마음이 있었다.

앞서 연주했던 밴드들의 편의상 그렇게 되었었던 것인지, 모니터 스피커의 음량이 너무 컸었다. 그것을 피하느라 케이블의 길이에 신경쓰며 왔다 갔다... 소리가 좋은 위치를 찾느라 바빴다. 물론 그 정도면 불만을 가질 정도의 사운드는 아니었다. 훌륭했던 편이었다.
진지한 청중들, 열정 가득했던 출연팀들, 부럽기도 했고 보기좋았다. 나의 이십대에는 그런 시절이 없었다. 겨우 두 곡만 연주해야했지만, 그날의 주인공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 보다는 마음을 담아 축하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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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29일 토요일

작은 무대에서의 소리.


십 수년간 많은 사람들의 발자취로 맨질 맨질해져있는 무대의 바닥에 페달보드를 설치하고...
뒤를 돌아보았더니 아뿔싸, Trace Elliot의 콤보 앰프가 있었다.

이 앰프를 선호하는 분들도 분명 있겠지만 내 취향에는 맞지 않았다. 지금껏 그 앰프로는 한 번도 기분 좋았던 적이 없었다. 걱정을 조금 하면서 열심히 소리를 만들어보았다. 작은 무대에 기타앰프들이 단체 사진을 찍듯 다닥 다닥 붙어있는 모양새에서는 볼륨을 작게 해두고 시작해야 좋다. 베이스 앰프의 소리를 꾸밀때의 첫번째 중요한 점은 다른 악기들의 소리를 간섭하지 않아야 하는 것. 넓지 않은 공간에서는 저음 쪽을 지나치게 줄여버리면 좋지 않으므로 EQ는 만지지 않고 우선 음량을 줄여준다. 기타와 드럼의 레벨이 결정될 때 까지는 음색을 적절하게 만들어두는 것에 신경을 쓰고, 밴드의 사운드를 잡아 먹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볼륨을 조금씩 조절하여 만져 놓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의 소리 외에는 아무 것도 제대로 들리지 않는 상태가 되기 십상이다. 세팅을 살펴보면 역시 D.I. 박스가 앰프에 연결된 채로 마이크가 설치되어있지 않았다. 결국 개인 모니터용으로 앰프를 올려다 놓은 것일 뿐... 페달보드를 통해 빠져나갈 소리를 듣기 좋게 만져주는 일로 리허설을 마쳤다.
물론 무대 위의 내 위치가 가장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리였어서 그랬겠지만, 공연 내내 모든 사운드가 고르게 잘 들려줘서 나는 신경 쓸 것이 없었다. 다른 멤버들의 사정은 곤혹스러웠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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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공연.


오랜만에 낡은 클럽에서의 사진을 얻었다.
수십년이 된 장소도 아닌데 낡았다는 표현을 사용하기엔 마땅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맨 처음 그 장소가 생겼을때 반갑고 기분 좋아했던 것이 생각났다. 벌써 세월이 흘러 이제 십 년을 훌쩍 넘겼다.
소박한 규모의 무대가 새삼 반가왔던 것인지 제법 흥이 나서 나는 어쩐지 마음대로 연주해버렸던 것 같았다. 지켜보신 분들이 '그렇게 신이 났었나요'라고 해줬다.
내가 그랬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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