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동안 바쁜 일정을 대비하여, 지난 밤에 악기를 깨끗이 닦아 놓았다. 습한 강바람과 차가와진 기온 때문에 대기중에 들고 있던 악기에 물방울이 맺혀있었다. 가볍게 왁스를 먹여둬서 연주 직후 마른 수건으로 쓱쓱 닦아낼 수 있었다. 슬슬 녹슬어버린 브릿지가 ' 현실적으로' 걱정이 된다. 부식이 빠르게 진행되어버려서 이미 반쯤 떨어져나갔던 나사 하나가 아예 삭아서 없어져버렸다.
무대 위의 모니터 상황이 좋지 않았어서 연주하는데에 힘들었지만, 음향이란 좋을 때도 있는 것이고 뭔가 좋지 않을 때도 있는 법이겠거니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었다. 동료들의 얼굴을 보며 상상력을 동원하여 연주하고 있으려니 답답했다. 그러나 즐겁게, 재미있게 연주했다. 이날 재밌게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짜증날 수 있는 상황을 뒤집어줘버린 민우씨 덕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