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12일 토요일

조카와 나들이.

이제 막 학교에 입학한 조카의 손을 붙들고 지난 번의 뮤지컬을 다시 보러 갔었다.
이제 거의 첫 공연의 막을 내리는 시점, 처음 시작했을 때 보다 분명 많이 좋아졌을 것이라는 기대도 해보고.
한 시간 반 가까이의 공연, 즐거웠다. 훌륭했다. 고쳐지고 보완해놓은 것들도 많았다. 배우들을 위해 박수를 보냈다. 공연을 이어오면서 계속 고민하고 수정해왔던 세세한 구석들이 보였다.

더 어릴 적 부터 그림을 좋아하던 조카 아이는 여전히 그림 앞에서는 눈을 굴리며 맛있는 과자를 빨듯 구경했다. 프린트 되어진 그림들 앞에 함께 쭈그리고 앉아서 나는 조카의 설명을 듣고 그는 내 의견을 물었다.

'귀를 잘랐던 그 그림은 봤어요?'라고 갑자기 물어보는 바람에 어어... 멈칫했다.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해버려도 되는 것인가 싶었다.
진지하게 말해야 할 일도 아니긴 했지만.
적어도 화가의 귀였는데.


.

2008년 7월 5일 토요일

명복을 빕니다.

두 달 전, 형천씨로부터 '그 선생님이 쓰러지셨어요'라는 소식을 들었다.
심각한 것 같아서 더 이상 출강하시지 못하실 것 같다는 소식이었다. 그 때문에 급히 그 분이 맡으셨던 수업이 변경되어야했다.
초봄에 학교의 휴게실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우연히 마주쳐서 인사를 드렸었다.
황급히 담배를 비벼 끄고 몇 마디를 나누다가 어색한 침묵... 괜히 한 마디 더 여쭙겠다고 대뜸 물어본 것이 '저... 스틱은 주로 어떤 것 사용하셔요?' 였다.
대답이 돌아왔다.
'그냥 뭐 요즘 나오는 것 쓰지. ... 허허'
나는 주로 사용하시는 스틱의 굵기가 궁금했던 것인데 그렇게 말씀하시며 클클 웃으셨었다. 소모품이므로 당연히 요즘 것을 쓰시겠죠, 라고 받아쳐드리지도 못하고 나도 그저 웃고 있었다. 곁에 있던 학생은 우스운 이야기인줄도 모르고 서있었다.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기사로 읽었다. 갑자기 고 김대환 선생님 생각이 많이 났었다.
조금 더 오래 연주해주셨으면 했던 분들이었는데.

명복을 빕니다.


.

2008년 6월 24일 화요일

내 고양이 순이.

밤에 뭘 하고 있으려면 끊임없이 고양이의 방해를 견디고 방어해야만 한다. 기회를 노려 스페이스바를 눌러버리는 짓부터 갑자기 뛰어올라왔다가 다시 갑자기 뛰어내려가면서 헤드폰의 줄을 단자에서 뽑아버리는 짓까지 한다. 방문을 닫아놓기라도 하면 문앞에 앉아서 곡을 하듯 우는 소리를 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다.

책상을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니까 고양이가 다시 뛰어올라와 무릎에 앉더니 모니터 한 번 나를 한 번, 번갈아 바라보았다.
하루도 잊은적 없이,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내 곁에 다가와 애정을 표현해주는 고양이 순이에게 많이 고마왔다.


.

숨은 고양이 찾기.


사진을 찍을 때에는 테이블 아래에 고양이 꼼이 있는줄을 몰랐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