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6일 목요일

기억하기.


졸음이 오길래 시계를 보았더니 벌써 아침이었다. 그런데 왜 바깥은 아직 어두운가 했더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일기예보대로 눈이 오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 때문에 방금 전 하려던 일을 또 잊어버리고 말았다. 이렇게 무엇이든 잊어먹어서야 정말 큰일이다.

점점 더 두꺼워지는 수첩으로도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나는 결국 녹음기를 들고 다녀야겠다.
카메라를 연결해야지, 라고 생각하며 연결케이블을 쥐고 외장하드 디스크에 꽂는다던가 '물을 한 잔 마셔야겠다'라고 혼잣말을 하며 걸어가서는 칫솔을 들고 양치질을 시작한다던가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상 속의 멍청함이 꼭 나쁜 작용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별로 마주치기 싫은 사람을 불쑥 만났을때 잘 기억이 안나서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고 돌아선다던가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도저히 표정을 숨기는 재주가 없는 탓에 좋고 싫은 기색이 얼굴에 그대로 나타나기 때문에, 생각없이 인사를 하고 돌아서서야 아차, 그 사람이었군, 하더라도 뭐 웃고 미소지었던 것이 다행 아닌가, 하였다. 상대방으로서는 과연 이상한 녀석이로군, 하겠지만.

녹음기를 들고 다니는 것이 낫겠다라고 하는 아이디어도 조금 더 생각해보니 효율적이지 않을 것 같다. 결국 녹음된 내용을 정리하기 위해 또 수첩이 필요할테고, 그렇게 되어지면 수첩을 손에 들고 내가 뭘 쓰려고 했더라... 하고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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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5일 수요일

모두 웃어보였다.

해가 바뀐 후 처음 한 자리에 멤버들이 모였다.
불과 한 두 달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세상의 모양도 변했다.
여름까지의 일정을 점검도 했고, 무엇보다도 푸른 하늘에서 눈송이 한 개가 툭 떨어지듯, 갑자기 아무렇지도 않게 던져진 결혼발표도 있었다.

돌아가신 막내 형님의 이야기도 커피콩을 가는 소리도 테이블 위에 올려진 연주하는 사람들의 손가락들도 모두 잔잔한 현실세계의 한 장면일 뿐.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을 평화로운 공기 속에 앉아 있었다.
사진 한 장 찍어둘까요, 라며 매니저님에게 카메라를 건네어 부탁을 드렸다.
조용한 실내에 문득 아저씨의 느릿한 한 마디.

'여어~ 우리, 웃으며 찍자.'
그래서 모두 소리없이 웃어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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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든 어린이.


'들어봐, 들어봐' 라고 말로는 하지 않으셨지만.
맛있는 음식냄새처럼 방안이 기타소리로 채워졌었다.
그리고 이 분은 잠시 어린이가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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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3일 월요일

딴청부리는 순이.


심드렁, 관심없는 척, 못 들은체...하고 있는 순이와 곁에 놓여진 인형이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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