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14일 수요일

램프 곁에서 조는 어린 고양이.

꼬마 고양이 꼬맹이를 잘 챙겨주지 않으면 어느날 전기 고양이가 되어버릴까봐 걱정이 되었다.

얘는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따뜻한 전등 곁에서 털이 눅는줄도 모르고 잠을 자기도 했다.
재미삼아 전등의 전선을 물고 뜯으며 매달려 놀으려하기도 했었다.
다른 고양이들은 그 정도의 장난을 벌였던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정말 말썽꾼 한 마리가 들어왔구나, 생각했다.


2007년 11월 13일 화요일

순이가 꼼을 야단쳤다.


오후에 순이가 꼬맹이를 심하게 두들겨 패는 것을 보았다. 
내가 보기에는 무슨 잘못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아마도 순이가 여러 번 경고했던 것을 잊었거나 무시하고 또 반복했던 모양이었다.

위의 장면은 그저 겁을 주고 으름장을 놓는 정도였다. 그런데 당돌한 꼬마 고양이는 그 정도로는 겁을 먹지 않았다. 결국은 정말 눈물 찔끔 나도록 얻어맞고 말았다.
까닭을 모른채 돌연 두들겨 맞은 후에, 이제 꼬맹이는 순이 앞에서 지나치게 고분 고분해졌다.
순이 앞에만 가면 예의바른 남학생이 되어버렸다.

집안에 고양이가 네 마리가 있는데도 네 마리 모두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한 두 시간을 제외한다면 하루 종일 조용하기만 하다. 순이가 꼬맹이를 마구 때리고 있을 때에도 너무나 소리없이 조용해서 충격적으로 보였다.
우스운 것은, 혼이 나고 두들겨 맞는 경험이 반복될 수록 꼬맹이가 순이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고 있다. 그리고 순이의 여러가지 행동을 흉내내고 배우기 시작했다.

.

2007년 11월 12일 월요일

어린 고양이.


꼬마 고양이가 우리집에 와서 지금까지 했던 일들을 적어보았다.

남의 밥 빼앗아먹기
남의 물그릇에 네 발 담그기
흠뻑 젖은 발로 화장실 모래 파헤치기
화장실 파헤친 후 뒹굴다가 잠들기 (건져서 씻겨야한다)
그렇게 자다가 화분의 흙 퍼내기
집안에 있는 식물 뜯어먹기 (작은 화분 한 개 조졌다)
겁없이 으르렁 거리며 언니 고양이들에게 싸움걸기
사람이 남긴 음식 뒤져서 훔쳐먹기 (단숨에 멸치 일곱 마리를 해치웠다)


그런 주제에 따뜻한 물로 목욕하는 것을 즐긴다.
심지어 드라이어로 털을 말려주는 것도 좋아한다.

고양이 가르치기.


샴 고양이 순이가 아무리 알아듣게 가르치려해도 소용이 없었다.
이제는 여유가 생겨서, 팔짱을 끼고 앉아 태연하게 마주보며 건방을 떨고 있었다.
기존의 질서를 우스운 것으로 여기는 고양이 앞에서는 언니 고양이들의 다양한 가치들이 별 쓸모없게 되어진다.
타이르기도 하고 으름장도 놓던 순이는 결국 꼬맹이 녀석을 크게 한 번 내다꽂으며 때려주었다.

그 후로 꼬마 고양이는 순이 앞에서만 눈에 띄게 행동이 조심스럽고 착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