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12일 월요일

어린 고양이.


꼬마 고양이가 우리집에 와서 지금까지 했던 일들을 적어보았다.

남의 밥 빼앗아먹기
남의 물그릇에 네 발 담그기
흠뻑 젖은 발로 화장실 모래 파헤치기
화장실 파헤친 후 뒹굴다가 잠들기 (건져서 씻겨야한다)
그렇게 자다가 화분의 흙 퍼내기
집안에 있는 식물 뜯어먹기 (작은 화분 한 개 조졌다)
겁없이 으르렁 거리며 언니 고양이들에게 싸움걸기
사람이 남긴 음식 뒤져서 훔쳐먹기 (단숨에 멸치 일곱 마리를 해치웠다)


그런 주제에 따뜻한 물로 목욕하는 것을 즐긴다.
심지어 드라이어로 털을 말려주는 것도 좋아한다.

고양이 가르치기.


샴 고양이 순이가 아무리 알아듣게 가르치려해도 소용이 없었다.
이제는 여유가 생겨서, 팔짱을 끼고 앉아 태연하게 마주보며 건방을 떨고 있었다.
기존의 질서를 우스운 것으로 여기는 고양이 앞에서는 언니 고양이들의 다양한 가치들이 별 쓸모없게 되어진다.
타이르기도 하고 으름장도 놓던 순이는 결국 꼬맹이 녀석을 크게 한 번 내다꽂으며 때려주었다.

그 후로 꼬마 고양이는 순이 앞에서만 눈에 띄게 행동이 조심스럽고 착해졌다.


두 배로 심심해하는 꼬마.


다 큰 고양이들도 하루 종일 심심하다.
이렇게 심심할 바에야 거리로 뛰어나가 길고양이들과 노는 것이 덜 무료할거야,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어린 고양이는 어른들보다 두 배로 심심하다.
아무도 놀아주지 않아서 기운이 빠져있었다.
하지만 어른 고양이도 어른 사람들도, 얘와 계속 놀아주다가는 탈진하고 말 것 같았다.
두 배로 심심해하는 꼬마 고양이는 떼를 쓰다가 그 자리에서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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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일요일 아침.


내가 주문했던 프로그램은 도착하지 않았다.

아침에 동네의 식료품 가게에 다녀오면서 낙엽과 단풍들 사이를 걸었다.
길에 서서 주머니에 있던 카메라를 꺼내어 몇 장의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컴퓨터에 담으며 생각해보니 사진을 정돈하는 정도의 일은 iPhoto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았다. 습관처럼 다른 에디터를 찾고 있었던 것이었나 했다.
iPhoto 만으로도 쓸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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