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28일 화요일

아이팟.


지금 가지고 있는 iPod을 구입한 이후 해외에 다닐 일들이 많아졌다.
자동차 안에서나 쓰려고 했던 것이었는데 몇 시간 동안 의자에 묶인채 하늘 위에 있을때에는 이만큼 고마운 이기가 없다.
붉은 가죽 케이스는 때가 묻어 반질반질해졌다.
처음 이 녀석을 손에 들고 어디론가 떠났을 무렵은 세상이 어쩐지 나에게만 불친절하다고 여기던 시절이었다.
한없이 맑은 하늘 속에서 평소에 귀기울여 듣고 싶었던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을 때에, 나는 세상이 나에게도 제법 관대할 때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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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소년.


웃는 얼굴이 밝은 소년 하나가 배에 뛰어올랐다.
청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그의 바지 끝에는 바닷물이 조금도 묻지 않았다.
배가 물 위를 달리기 시작하자 조용히 뱃머리에 걸터앉아 어디인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낯익게 느껴져서 이상했다.
해는 저물기 시작했고 소년은 뭍에 다다른 후 배에서 펄쩍 뛰어내릴때까지 조용하고 밝은 표정만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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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26일 일요일

길에서 만난 고양이.


굵은 빗방울이 듬성 듬성 외국도시의 오후에 둔탁하게 떨어지고 있었다.
우리는 우산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고양이도 우리처럼 잠시 비를 피할 곳을 찾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바닷가 고양이들 중에는 여유로운 모래사장의 해변에서 떳떳하고 뻔뻔하게 사람들과 식사를 즐기는 고양이 조합원들이 있는가 하면 항구에서 야박하게도 분리수거해놓은 쓰레기통을 뒤지다가 점심식사를 허탕친채 소나기를 피하러 뛰어야하는 보도블럭 위의 고양이도 있다.
검 자국 한 개 발견하기 어려운, 깨끗하고 이상한 도시의 바닥을 종종 걸음으로 가로질러가는 고양이의 몸짓에 피로가 가득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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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25일 토요일

파란 하늘.


여행지에서 눈을 떴을때에 하늘에 그려지는 풍경이 즐거웠다.
그 하늘이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온 듯 심신이 죄여져있던 시절을 흘려보낸 직후라면, 그것이 어떤 모습이었더라도 (누구에게든) 새로왔을 것이다.
주제넘는 어떤 것도 새로 바라지 않고 분에 넘치는 어떤 것도 무리하여 구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집에 두고 온 고양이 순이를 무척 보고싶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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