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18일 수요일

이상한 일들.

얼마전엔 철제의자가 갑자기 뚝 부러졌었다. 내가 조금(?) 체중이 불었다고는 하지만, 일반적인 상식으로 볼때 이해할 수가 없었다.


오늘낮에는 어처구니없이 자동차의 앞유리가 쩍 소리를 내며 금이 가버렸다. 어이없는 일이기도 했지만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현상이어서 할말을 잊었다. 내 일상에서는 이런 일들이 항다반사恒茶飯事인건가 보다. 
주차장에서 잠시 내차에 올라탔던 만 세 살짜리 조카 아이가 내가 틀어놓은 음악소리를 듣고 좋아하며 단 한 번 제자리에서 뛰었을 뿐이었다. 아주 절묘한 각도로 조카녀석의 머리와 유리가 부딛혔던 때문인지 그만 유리가 깨어져버렸다.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약간의 통증도 없었던 모양이어서 들이받은 직후에도 그냥 생글거리며 놀고 있는 것이었다. 오히려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계속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몹시 놀랐던 내 모습을 보며 이상하다는듯 바라보며 천진하게 '무슨 걱정해?'라고 했다.

밤중에 집에 돌아와서야 비로소 지난밤 꿈을 기억하고 나는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너무 사실적으로, 꼬마 계집아이가 내 이름을 부르며 웃다가 병을 깨뜨리는 꿈을 꿨던 것이다. 아까는 전혀 생각을 못하고 있다가, 아침에 잠을 깨어서 도대체 또 무슨 꿈인가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나버렸다. 


2006년 10월 10일 화요일

녹이 잔뜩.


내일은 오랜만에 녹음을 하러 가게 되었다.
녹슬었던 브릿지를 큰맘먹고 분리하여 라이터 기름으로 깨끗하게 닦았다.
그러나 닦아서 다시 조립한 후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다시 전처럼 녹이 슬었다.
결국 부식이 심했던 나사 대가리 한 개는 어느틈엔가 그냥 바스러져버리고 없었다.
지금은 당장 사용하는데에 지장이 없어서 내버려두고 있지만 이것도 머피의 법칙이라고, 이러다가 반드시 다급하게 브릿지를 조정해야만 하는 급한 순간을 만나게 될까봐 걱정하고 있다. 미리 여벌을 사두어야겠다.


2006년 10월 9일 월요일

조카 남매


한 동네에 살면서도 자주 만나지 못하는 동생네 식구들. 
연휴때에 한번 만나보려 했는데 또 못보고 지나가버렸다.
내 동생의 블로그에 들러서야 사진으로 조카들을 구경해야 했다.
사내아이는 자꾸 제 외할머니에게 삼촌의 흡연을 고자질하고, 꼬마 여자아이는 밝고 활발하다. '내가 이렇게 아이들을 좋아했던가, 정말 귀엽기만 하구나.'라고 말했더니 곁에 있던 동생이 툭 뱉듯이 대답을 했다.

"직접 키우는게 아니니까 그렇게 쉽게 말하는거지." 라고.


2006년 9월 30일 토요일

고요한 바닷가.


한참만에 다시 찾은 강릉.
옥계에 들렀을때 가을 바닷가의 고요함에 충격을 받았다. 언제나 소리에 시달리며 살다가, 더할 나위 없이 조용한 바닷가 해송들 사이에 서서 잠깐 아득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집에 항상 책상앞에 앉을때 편안하게 몸을 쉬던 바퀴달린 철제 의자가 있었다. 어제 아침에 잠시 앉았다가 일어서려는데 거짓말처럼 목이 부러지고 말았다. 무거운 쇠붙이 의자가 칼로 베어버린듯 부러질 수 있는건가.
만일 생각없이 의자에 앉으려했을때 부러졌다면, 그리고 그 아래에 (자주 그랬었으니까) 고양이라도 누워있었다면 큰일이 날뻔했다.

의자가 툭 부러져버렸지만 나는 많이 놀라지 않았다. 황당한 우연이 반복되다보면 점점 살면서 놀랄 일들이 적어지는 것 같다. 그런식으로, 아무 인과관계도 없이, 내가 살다가 어느날 갑자기 어떤 우연으로 해송들이 촘촘히 서있는 이런 바닷가에 숨어들어와 살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옥계는 지난 봄에 돌아가신 할머니의 고향이었어서 갔던 것이었다. 옥계의 고즈넉한 바닷가 국도를 따라서 안목을 지나 주문진항에 들렀다. 길을 따라 계속 고요한 바다, 조용한 파도가 이어졌다. 여름내내 수영복 차림의 사람들이 온갖 배설의 장소로 사용했을 모래밭 위에는 갈매기들이 이제야 좀 살만하다라는 투로 떼지어 앉아있었다. 같은 자세로 같은 방향을 향해 조용히 앉아있는 수백마리의 갈매기들을 보고 있자니 어지러워졌다.

우리나라 해변에서는 아직도 오징어를 이까라고 부른다고 들었다. 강릉이 고향인 내 아버지도 오징어 보다는 이까라는 말을 먼저 배우셨겠지. 같은 대상을 부르는 같은 말이지만 일본인들의 일본어 이까와 동해 앞바다 주민들의 일본어 이까는 다른 느낌이다. 흐릿한 날씨의 그날 바닷가에는 주렁주렁 내장이 뽑혀진 오징어들이 같은 모양으로 펼쳐진채 말려지고 있었다. 주문진 식당에 들어가 강원도 소주에 몹시 신선한 회를 먹었다. (정말 맛있었다.)


세 시간도 못잔 상태에서 차를 타고 멀리 돌아다녔더니, 다시 집에 돌아와 밤중의 일정을 시작하기가 힘들었다. 잠들 수 있었는데, 한 시간 간격으로 전화를 받다가 그만 다시 잠들지 못했다. 결국 새벽에 전화를 받고 집을 나와서 아침에 돌아오게 되었다. 피로하고 몸도 아픈 것 같이 여겨졌다.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닌데...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음악도 듣지 않고 바람소리가 싫어서 창문도 단단히 닫은채 운전을 했다. 고요한, 끝없이 고요한 그날 낮의 옥계의 바닷가가 계속 생각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