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쓰지 않을 나이도 되었는데, 오랜만에 해괴한 시비를 걸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부인하고 싶지도 않고 부정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미국 음악인들의 음악을 들으며 자랐다. 어떤 이유와 핑계를 들어 미국의 문화에 잠식된 놈이라고 손가락질을 한다고 해도 나는 상관없다. 나는 좋은 음악을 찾아서 들었던 것이었다. 그대신 너희들은 내 질문에 대답을 해줘야 한다. 나는 그 시절의 누구의 음악을 들으며 자랐어야 옳았던 것이었느냐는.
스콧 피츠제랄드를 읽으며 자랐다거나, 제임스 조이스에 빠져서 청춘을 보냈다는 사람에게는 미국문화에 젖었다는니 아일랜드가 어떻다느니 말하지 못하면서, 보들레르와 랭보를 입에 달고 다니는 이들 앞에서는 문학이니 시이니 아무 언급도 하지 못하면서.
이분법적 사고, 왜곡된 정의감, 진짜인줄 알고 지니고 사는 애국심, 무엇보다도 무식하여 용감한.
.
2004년 8월 27일 금요일
2004년 8월 9일 월요일
엄마에게 라디오를.
엄마의 생신이었다.
나는 라디오를 선물해드렸다.
아무 것도 아닌 이야기이지만, 나에게 엄마와 라디오는 늘 연동되는 단어로 되어있다.
아주 아주 꼬마였던 시절에 엄마는 나에게 자주 라디오를 틀어줬다. 대부분 사람의 목소리보다는 연주음악이 흘러나오는 선국으로, 주로 기억하는 것은 현악기와 피아노였다.
십대가 되어서야 나의 라디오를 가지게 되었을 때에, 나는 스폰지를 물 속에 처박아버린 것처럼 음악에 빠져들었다. 어쩐지 한 번은 들어봤던 것 같은 음악들이 종일 나를 적셨다.
정식 음악교육을 한 번도 받아보지 않았던 나에게, 꼬마 시절 엄마가 틀어줬던 라디오가 말하자면 음악수업이었던 셈이다.
다행이다. 내 엄마는 다른 아무 기능도 없는 작은 라디오를 받고 좋아하셨던 것 같다.
.
2004년 7월 26일 월요일
원래 다 그런 것.
나는 작가의 말을 신뢰하지 않지만, 어느 소설에서 읽었던 구절을 오래 기억한다.
누군가에게 외면당하고 버림받았던 사람은 공교롭게도 자신이 반대편의 입장이 되었을 때에, 누군가를 외면하고 등돌리는 일을 쉽게 한다고 했다.
사실이라면, 그것은 심리적인 문제일까 아니면 자기도 모르게 학습되었기 때문일까.
어쩌면 그런 이유들 때문이 아니라, 그냥 사람 사는 일들이 다 그런 것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원래 다 그런 것이라고.
.
누군가에게 외면당하고 버림받았던 사람은 공교롭게도 자신이 반대편의 입장이 되었을 때에, 누군가를 외면하고 등돌리는 일을 쉽게 한다고 했다.
사실이라면, 그것은 심리적인 문제일까 아니면 자기도 모르게 학습되었기 때문일까.
어쩌면 그런 이유들 때문이 아니라, 그냥 사람 사는 일들이 다 그런 것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원래 다 그런 것이라고.
.
2004년 7월 24일 토요일
두통.
훗날 지금의 글들을 다시 읽어보았을 때에, 이렇게 생활하면 안된다는 교훈이 되면 좋겠다.
저녁에 몽롱한 상태로 귀가했다.
만성 두통에다, 신경성인지 뭔지는 몰라도 위통이 함께 심했다.
습도 98%, 실내온도 섭씨 30도의 한 평짜리 방 안에 하루 여덟시간 앉아있었기 때문이었을거다.
새벽에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욕실에 들어가 토해보려고 애쓴 것 같기도 하고, 이 정도로 더울 수 있다니 신기하군... 하면서 몸을 식히려 샤워기의 물을 틀었다가 미처 옷을 안 벗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혼자 웃었던 것 같기도 하다.
젖은 옷이 아직 욕실 바닥에 그대로 있는 것으로 보아 분명 뭔가 어떻게 수습을 하고 자리에 누워 잠을 잤을 것이다. 그 과정이 기억나지 않는다.
아침, 어스름한 햇빛이 시작되고 있었다.
굶었더니 뱃속이 조금 편해졌다. 아직 머리가 아프긴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아플테니까 신경쓰지 말자고 생각했다.
.
피드 구독하기:
글 (At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