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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13일 일요일

노란 나뭇잎들.


시국은 시국이고, 계절은 여느때 처럼 노란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혜화동에서 종로 5가로 걸으면서 조금 더 여유가 있었다면 나무들 사이에 잠시 앉아 있고 싶었다.


사람들에게 실망을 하고, 사람에게 상처 받아 외로와지는 것은 알고 보면 나의 탓이다. 나는 뭐 그렇게 사람들에게 기대를 하고 살가와지려고 애를 쓰는 걸까, 싶지만, 사실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사실은 아주 오래 전에 서랍 깊숙히 접어 둔 바람이다.

우울한 어깨를 하고 서울 시내로 향했다가,  그곳에서 노란 나뭇잎들을 보며 겨우 기운을 내었다. 내 어린 시절의 종로길을 걸을 수 있었던 오후가 고맙게 느껴졌다.


광화문에서.


수십만이라느니, 백만이 넘었다느니 하며 사람들은 숫자를 세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종로에서 교보빌딩 모퉁이까지 사람들 사이에 끼어서 밀려 걸어갔다. 그 넓은 장소에서 앞 뒤의 사람들과 몸이 닿은채로 몇 시간 동안 움직여야 했다.

그러는 동안에 청소년, 젊은이들, 어린이를 안은 여자와 남자들, 휠체어를 타거나 안내견의 도움을 받으며 걷던 맹인들 중 누구도 남을 밀치거나 소란을 피우거나 발을 밟거나 하지 않았다. 나는 그것이 신기하게 여겨졌다. 남한의 사람들은 원래 어깨를 부딪히거나 사람을 밀치거나 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것 아니었나, 했다.

아니나 다를까, 타인을 몸으로 밀고, 손을 뻗어 사람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사람들이 드디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전부 똑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아무렇게나 떠들었고 아무 말이나 했다. 그러다가 만만해 보이는 상대를 보면 훈계질을 하거나 가르치려 들었다. 모두, 노인들이었다.

그들은 공감하지도 못하고 배우려 하지도 않는다. 나이가 들면서 그렇게 되어버린 것인지, 원래 그런 인간들이 나이를 먹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냉정하게 따지자면 그들은 지금의 세상에 대하여 나이 어린 사람들에게 공손히 사죄하는 일이 먼저여야 옳지 않을까. 쓸데 없는 소리일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