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응급실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응급실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20년 11월 23일 월요일

퇴원.



열흘 만에, 다시 내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를 켰다.

지난 주 목요일, 나는 오후 수업 도중 허리 통증 때문에 쓰러져 바닥에 길게 누운채 신음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도움으로 구급차에 실려 근처 병원에서 하루, 다음 날 서울의 병원, 집에 옮겨져 이틀 동안 누워있었다.

나는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여 누운 채로 나흘을 보내고 월요일에 병원에 입원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부모 두 분의 병간호를 하면서 나 자신이 그렇게 병실 침상에 드러누워 있게 될 줄은 몰랐다. 정맥혈관에 카테터를 꽂고 오래 누워 있었다. 내가 이렇게 오래 누워서 시간을 보낸 것은 아마 이번이 처음 아니었을까.

처음에는 드러누운채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 때문에 걱정과 강박으로 힘들었다. 하루 하루 지나고 통증이 조금씩 가라앉으면서는 천장만 바라보며 내가 지나온 이력을 되짚어 볼 수 있었다. 애플워치와 아이폰으로 잠자는 것을 체크해왔었다. 기록을 보니 지난 한 달 동안 내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2시간 55분이었다. 그렇게 생활할 필요가 없었다고 생각했다.

이제 퇴원은 했지만 아직 혼자 힘으로 일어나 활동할 정도로 회복하지는 못하였다. 날짜가 계속 지나갈 수록 조급한 마음은 사라졌다. 그보다 완전히 나아져서 다시 움직이고 일하고 싶다. 이번에 제대로 경고를 받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제 이후의 생활은 그 이전과 같을 수 없을 것 같다.



.

2020년 7월 6일 월요일

병원 응급실.


지난 밤에 아무래도 기분이 좋지 않아서, 조금 전 친오빠와 전화를 끊은 아내를 독촉하여 아내의 본가로 달려갔다. 도착해보니 장인이 매우 위급한 상황이었다. 아내가 구급차를 부르고, 나는 따로 출발하여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새벽 한 시 반, 부친에게 발열이 있어서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를 위해 선별진료소로 모시고, 아내는 발열 없음으로 체크가 완료되었다. 노인은 몸을 가누지 못하고 얼굴에 열꽃이 피어 있었다.

두시 오십 분. 환자는 흉부 방사선 촬영 후 계속 휠체어에 앉아 대기 중이었다. 선별진료소에서 그렇게 기다리다가 응급실 침상으로 이동했다. 보호자 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나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세 시 이십 분. 아내와 의논하여 나는 혼자 집으로 출발했다. 집에 가서 고양이들을 살피고, 아내의 옷가지와 필요한 것들을 챙겨 다시 병원으로 돌아오면 된다. 아내는 불편한 곳에서 불편하게 밤을 지낼 것이다. 우리는 각각 서로 이런 일들을 반복하여 겪고 있다.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할 수 있는 일이 되었다.
아내는 끝이 나지 않을 것처럼 이어지는 불행한 상황들, 사람과 고양이를 돌보느라 돈과 기운을 소모하고 있는 상황이 나쁘다고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아내에게 말했다. 그래도 한번에 몰아서 닥쳐오지 않은 것을 고마와하는 편이 낫다고. 그것은 진심이다. 동시에 고양이가 위독했고, 노인이 위급했다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네 시 오십 분. 집에 도착하여 고양이 세 마리에게 깡통 한 개를 열어서 나눠 줬다. 고양이 화장실을 청소했다. 내다 버릴 쓰레기 봉투를 한 손에 들고, 아내의 옷과 충전기 등을 챙겨 가방에 담아 다른 손에 들었다.

날이 밝았다. 긴 대기 시간. 다행히 장인어른은 코로나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왔다.
응급실에 도착한지 열 네 시간만에 노인은 심혈관 병동 3층 시술실로 들어갔다. 중재술실이라고 적혀 있었다. 위중한 상태였어서 시술 후에 중환자실로 옮기겠다고 담당의사가 말해줬다. 중환자실에는 지금 보호자도 들어갈 수 없으므로 보호자 역시 집에 가서 전화를 기다리라고 했다.

지금은 오후 네 시. 아내는 내 옆의 의자에서 졸고 있다. 상황 모니터에는 계속 '시술 중'이라고 표시되고 있다.

졸음을 이기려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다가, 문득 문득 이제 죽고 없는 고양이 꼼이를 보고싶어했다. 지금은 가엾게 죽어버린 고양이를 그리워하고 슬퍼할 여유 조차 없다.



.

2019년 4월 8일 월요일

하루.


고양이 짤이는 천성이 착하다. 워낙 순한 성격이어서 다른 고양이들이 시비를 걸어도 좀처럼 화를 낼 줄 모른다. 욕실 바닥의 타일 위를 뒹굴며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한다. 뚱뚱한 짤이가 몸을 굴리며 기분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겨우 숨을 돌리고 있다.

나와 아내는 고인의 사십구재와 같은 것에 아무런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러나 이 땅의 사람들이 관습처럼 여기는 일이니까, 오전에 일찍 추모관에 가서 돌아가신 아내의 어머니를 찾아뵈었다.
이틀 전 밤에 갑자기 연락을 받고 아내와 나는 세브란스 병원으로 달려갔다. 아내의 부친이 응급실로 실려갔기 때문이었다. 만 하루 가까이 기다린 끝에 입원을 하게 되었다.

밤을 새운 바람에 낮 동안 계속 돌아가니는 것을 버티지 못하고, 영등포 어느 곳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나는 잠을 자고 말았다. 땀을 흠뻑 흘렸으나 깊은 잠을 잘 수는 없었던 것 같다. 전혀 개운해지지 않았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정비소에 들러 자동차의 엔진오일, 미션오일, 에어컨 필터와 타이어를 교환했다. 오늘이 아니면 시간을 낼 수 있는 날이 없을 것 같았다.

고등학교, 대학교 선배인 해룡이형의 부친상 연락을 받았다. 누워 잠들고 싶지만, 날이 밝으면 그곳까지 다녀오느라 긴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지금 세수를 하고 다녀오는 편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