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19일 금요일

그의 등

비가 잠시 그친 금요일 낮에 나는 약속하지 않고 시골집에 가서 부모를 만났다. 운전하는 도중에 전화를 했더니 그 사이에 엄마는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양의 채소를 잔뜩 따고 뽑아서 신문지에 싸놓고 있었다. 노인 두 분을 태우고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고 돌아왔다.

지팡이를 쥔 아버지의 팔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다. 나는 그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기도 했고 없기도 했다. 마주앉아서 얘기한다고 해도 어차피 나 혼자 허공에 대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이제는 굳이 언어를 사용하지 않게 된지 오래다. 어쩐지 노인의 등을 바라보는 것이 몇 마디 의미 없는 말을 주고받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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