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1일 수요일

맑고 더웠다.


찌그러진 자동차의 앞, 뒷 문은 반듯하게 수리 되었다.

오늘은 하늘이 높고, 무척 더웠다. 

접촉사고, 김해에서 공연, 자동차 수리.

 

금요일, 다음날 공연을 위해 김해로 출발하기 위해 자동차에 악기를 싣고, 몇 미터 움직이다가 앞유리에 붙은 종이쪽지를 발견하고 멈춰 섰다. 하필 거센 소나기가 내리는 중이었다. 빗물에 젖어 찢어지고 있던 종이에 주차해둔 내 차를 들이받은 사람이 적어 놓은 전화번호가 있었다.

가해자와 통화하고, 그쪽 보험회사 담당자와 통화를 했다. 동네 정비공업소에 들러 예약을 하고, 장거리 운전을 위해 주유소에서 연료를 채웠다. 한 달만에 주차해둔 차 문이 찌그러지는 사고를 당하니 많이 우울했다. 김해로 가는 동안 아무래도 심란했었는지 음악을 한 번도 듣지 않고 운전했다.
뭐,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나에게도 일어난 것 뿐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벌어진 일을 어떻게 할 수는 없는 거니까.
다음 날 공연장에 일찍 가서 무대에 악기를 차려놓고 소리를 확인하면서 차분한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김해 문화의 전당은 멋진 극장이었다. 높은 천장에 부딪혀 돌아오는 잔향이 기분 좋았다. 편안하게 연주하고 즐겁게 공연했다.


월요일에 자동차를 공업소에 맡기고, 제공된 렌터카를 받아 운전해보았다. 몇 달 전에 전시장에서 운전석에 한 번 앉아 보았던 현대 자동차가 배정되어 왔다. 내가 비용을 내지 않는다고 해도 빌려온 차이니까, 마음 편하게 쓰게 되진 않았다. 수요일까지는 내 차가 수리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공업사에서는 목요일에 수리가 끝날 것이라고 했었다.


수요일. 정비소에서 연락을 받고 오후에 수리를 마친 자동차를 찾아서 돌아왔다. 누군가에게 들이받혀 구겨지고 찌그러진 문짝을 수리해 본 일은 이미 여러번 겪었어서 별다른 기분은 들지 않았다. 차를 찾아왔으니 엿새 동안 신경쓰이고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은 이제 그만 털어버리기로 했다. 


2024년 7월 22일 월요일

추모

 김민기 선생이 세상을 떠났다. 오늘 알려졌고 별세한 건 어제 밤이었다고 전한다. 알고 지냈던 사이도 아닌데 많은 감정이 일었다. 그는 중환자실이 아니라 자택에서 가족과 함께 있다가 임종한 것으로 들었다. 나는 그분의 장례와 묘역이 누구보다도 성대하여야 마땅하다고 생각하지만, 고인은 아마 적당한 추도식 마저도 질색하셨을 분이었을 것이다.

오늘은 내 고양이 순이의 8주기였다. 팔년은 긴 세월인데 벌써 지나가버렸다. 팔년이나 되었는데도 나는 순이의 사진을 일부러 꺼내어 보거나 하진 못한다. 고양이는 오래 전에 떠났는데 내 기억 어딘가에 벌어져 있는 상처는 여전히 다물어지지 않았다. 세월이 아물게 해주길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부질없는 마음이 여태 남아있다.

김민기 선생은 아마 아무런 원망도 묵은 분노같은 것도 없이 돌아가셨을 것이다. 너무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고인이 편안히 영면하시길 빈다. 이제 나는 해마다 같은 날에 고양이 순이와 김민기 씨를 기리게 되었다.

2024년 7월 19일 금요일

아이맥 수리

 

수요일 아침에 자고 일어났더니 아이맥이 켜지지 않았다. 한눈에 뭔가가 잘못 됐다는 것을 알았다. 스위치를 누르면 몇 번 켜지다가 다시 꺼져버렸다. 해볼 수 있는 것을 다 해봤다. 결국엔 아무리 파워버튼을 눌러도 아무 반응을 하지 않았다. 소프트웨어의 문제는 아닌게 틀림없었다.

수리하는 곳을 검색하여 부랴부랴 찾아가 컴퓨터를 맡겼다. 오늘 저녁에 수리가 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찾아왔다. 문제가 생겼던 파워보드를 교체했다. 수리비는 현금으로 내야 했다. 예상치 못한 지출이 자꾸 생긴다.

컴퓨터를 수리하기 위해 맡길 때 그곳 사람들이 나에게 로그인 비밀번호를 요구했었다. 로직보드에 이상이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라고 했다. 나는 알려주지 않았고, 파워교체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면 그냥 새 맥을 살 생각이라고 했다. 아이맥의 보드엔 어디가 고장이 났는지 알 수 있는 진단 LED가 있다. 굳이 남의 컴퓨터에 로그인하여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 비밀번호를 적어놓고 가라고 말하는 태도를 보니 어떤 사람들은 고분고분 시키는대로 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떼어냈던 디스플레이가 완전히 붙도록 이삼일 종이 테이프는 더 붙여두기로 하고, 책상을 정리한 후 오에스를 새로 설치했다. 적어도 내년까지는 이 아이맥이 더 일을 해주면 좋겠다.

그의 등

비가 잠시 그친 금요일 낮에 나는 약속하지 않고 시골집에 가서 부모를 만났다. 운전하는 도중에 전화를 했더니 그 사이에 엄마는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양의 채소를 잔뜩 따고 뽑아서 신문지에 싸놓고 있었다. 노인 두 분을 태우고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고 돌아왔다.

지팡이를 쥔 아버지의 팔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다. 나는 그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기도 했고 없기도 했다. 마주앉아서 얘기한다고 해도 어차피 나 혼자 허공에 대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이제는 굳이 언어를 사용하지 않게 된지 오래다. 어쩐지 노인의 등을 바라보는 것이 몇 마디 의미 없는 말을 주고받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4년 7월 15일 월요일

덥고 습하다


 무덥고 습한 여름날이다. 동네 근처에 나갔다가 나무그늘에 세워 둔 자동차 후드 위에서 어린 사마귀를 만났다. 곧 이동해야 하지 않았다면 열심히 움직이고 있던 사마귀를 그대로 두고 보았을 것이다. 나는 사마귀를 풀숲에 내려주고 건투를 빈다, 라고 해줬다. 정말 덥고 습하다.

2024년 7월 8일 월요일

부산문화회관 공연

2년만에 다시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 그 땐 비가 내리고 있었고 이번엔 덥고 습한 날씨였다. 지난번엔 이미 피곤해진 상태로 공연장에 도착하여 연주하는 동안에도 힘들어했고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피로에 시달렸었다. 이번에는 잘 쉬고 좋은 몸 상태로 연주할 수 있었다. 음향도 훌륭했다. 아프거나 피로한 것은 개인의 사정이다. 그런데 관객을 마주하려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 이 일을 하는 데 기본적인 의무인 게 맞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같은 무대에서 재작년에 몹시 힘들어했었던 것을 만회하고 싶었고, 이번엔 잘할 수 있었다.

개운한 기분으로 긴 공연을 잘 마치고 집으로 출발했다. 한 시간 쯤 달리고 있을 때에 멀리 하늘에서 번개가 잇달아 보였다. 선산휴게소를 지나면서부터 여주휴게소에 다다를 때까지 기억에 남을만한 뇌우를 경험했다. 비구름 아래에서 도망쳐 나온 후에 긴장이 풀려서 졸음이 쏟아졌다. 공연하는 동안 에너지를 다 썼는데 악천후 속 밤길을 달리느라 완전히 고갈되어버렸다. 새벽 두시 사십오분에 집에 도착했다.
공연을 마칠 때까지만 해도 덜 피곤하여, 이 정도면 다가오는 김해와 양산 공연엔 하루 전날 숙소에서 묵지 않고 당일 아침에 출발하여 다녀와도 거뜬하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럴 일이 아니구나. 내가 건방을 떨었던 것을 깨달았다.


2024년 7월 5일 금요일

새 자동차

새 자동차를 타고 두 주 만에 천삼백킬로미터 넘게 달렸다. 편의 기능 덕분에 여전히 낫지 않고 있는 허리 통증을 견디면서도 덜 힘들게 다녔다. 첫 운행을 하던 날 비를 맞으며 고속도로를 왕복했다. 이제 말소등록이 끝난 옛 자동차는 폭설 중에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으로 운행을 시작했었다. 비와 눈을 맞으며 미끄러운 길을 다니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는데, 눈이 나빠져서 빗길 위의 차선을 바로 보지 못하게 되었다. 차선유지기능, 조향 보조 기능의 도움을 받아 보완할 수 있었다. 주말에 부산에 갈 때에도 손과 발을 적절히 쉬면서 운전할 생각이다.

허리가 아프다면서, 지난 주엔 어설프게 세차도 했다. 일상 중에 거의 하지 않는 일이다. 몇 년만에 해보는 것이어서 순서도 방법도 다 잊고 말았다. 
 

2024년 7월 3일 수요일

깊은 밤 고양이

깊은 밤에 저 혼자 편한 자리에 가서 잠을 자면 될 일인데, 고양이 깜이는 굳이 책상 곁에 올라와 좁은 구석에서 불편한 자세를 하고 있다. 그러다 잠이 들면 코를 골거나 잠꼬대를 한다.

그러다가 창 밖에서 무슨 소리라도 나면, 마치 자기가 나서서 뭐라도 할 것인 마냥 벌떡 일어나 앉아있곤 한다. 어떤 밤엔 고양이가 안스러워서 나는 혼자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로 가서 눕는다. 그러면 어느새 소리없이 따라온 깜이가 베개 곁에 다가와 비로소 편히 누워 잠을 청한다.


 

2024년 7월 1일 월요일

만년필


 유월 첫째주엔 이 만년필을 샀다. ASVINE V126은 진공충전방식이고, 이 펜은 피스톤 필러여서 대문자 P가 붙은 P20이 모델명이다. (큰 의미가 없다) 유월에 샀던 두 자루의 ASVINE 펜은 품질이 좋아서 놀랐다. 한 달 동안 쓰면서 조금도 불편함이 없었다. 이 만년필은 이탈리아 '오마스' 펜의 복제품이다. (레오나르도 펜 중에도 비슷한 디자인이 있다)

원본인 셈인 오마스 Bologna 펜은 각이 진 디자인이고 ASVINE 펜은 곡면이다. 가격 차이는 열 배가 넘는다. 물론 이탈리아 오리지널 펜이 더 좋은 펜이겠지만, 마이오라 펜 덕분에 이탈리아 만년필에 대한 내 경험은 '부잣집 자녀인데 어딘가 허술한' 느낌으로 남았다. 중국 만년필을 응원하는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