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2일 수요일

살아가는 일


 

어느 노인이 별세를 했다. 나는 그의 이름을 십대시절부터 계속 들어왔다. 글과 책도 읽어봤었다. 한 마디로 그는 본래의 가치보다 너무 과하게 포장되었다. 내 견해로 그는 '먹물 엔터테이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만나본 적도 없지만 황현산 선생을 떠올리면 이번에 별세한 그 사람과 비교할 것이 많았다. 황현산 선생도 돌아가셨지만 그분의 트위터 계정을 나는 여전히 팔로우하고 있다. 그가 남겼던 트윗들을 모아놓은 책도 나와있다고 하는데 나는 생각이 나면 트위터 계정을 찾아가 다시 읽는다.

황현산 선생은 돌아가시기 불과 한 해 전에 갑자기 무언가에 그리움이 올라와 나무로 된 장기알을 수소문 끝에 구입하면서,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건가' 라고 썼다. 그 분이 그 장기알을 몇 번이나 장기판 위에 올릴 수 있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잘 하셨던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보다 두 해 전에는 원고와 오래된 책을 스캔하여 새로 제본을 하겠다고 마음먹고 스캐너와 제본기계를 구입하셨던 내용도 있었다. 그 트윗 글들을 나를 비롯한 몇 백명이 실시간으로 읽고 있었다.

그는 조동진 씨가 돌아가셨을 때 조동진의 노랫말을 '단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고 하며 고인을 애도했었다. 그 이듬해에 선생이 세상을 떠나게 될 것을 본인도 독자들도 그때는 몰랐었다. '내 신변에 변화가 생겼다'며 잠깐 트위터에 글을 쓰지 않고 있다가 드디어 올린 짧은 글에는, 열심히 치료를 받고 병을 이겨내겠다고 했던 내용도 있었다. 삶과 죽음이 허무하다.

새벽에 뉴스가 업데이트 되면서 감염병 확진자 수가 이십만 명이 넘었다고 알려주고 있었다. 죽거나 살아남는 일이 매일 가까이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