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29일 일요일

여름을 다 보냈다.

 


아주 더웠던 여름을 다 지나보냈다.

내 기억 속의 제일 더웠던 여름은 아니었지만, 올 여름은 무덥고 뜨거웠다.

여름이 시작할 무렵 아내의 부친이 다치셨고, 우리는 다시 응급실, 병원 입원, 수술로 이어지는 일들을 겪었다. 그렇게 두어달을 다 보내고 장인을 요양원에 모시게 되었다. 환자의 곁에서 긴 병원생활을 했던 아내는 계속 먼 거리를 다니며 부친을 돌봤다. 아내는 그렇게 계절 하나를 다 보냈다.

그리고 여름이 다 지나갈 무렵 내 아버지가 다시 병원에서 진료, 검사를 받았다. 그리고 주치의의 판단에 따라 또 한 번 입원하여 수술을 받으시게 되었다. 아내가 자신의 아버지를 돌보는 일이 지나가자 이번에는 내가 내 부친의 곁에서 병원에 며칠 있게 되었다. 올 여름 아내와 나는 병원에서 환자보호자의 역할을 하기 위해 코로나19 검사를 번갈아 받았다. 예약되어있던 날짜가 있었지만 우리는 일부러 서둘러 잔여백신을 찾아 1차 접종을 했다. 그 사이 밴드의 리더님과 매니저님은 감염병에 확진되어 보름 가까이 입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학교에서는 새 학기가 시작했다. 나는 주말에 아버지와 함께 코로나19 검사를 한 번 더 받은 뒤 다음주 월요일부터 부친을 모시고 병원에서 사흘을 보낼 예정이다.

사람 두 명이 가족들의 일로 자주 집을 비우는 동안 고양이 가족들이 더운 여름을 잘 견디고 보내줘서 고마왔다. 이 블로그를 만든 후에 글을 가장 조금 남긴 한 해가 될 것 같다. 전화기에 자주 적어두는 메모는 온통 할 일, 해야할 것, 하지 못한 것들로 범벅이 된 짧은 기록들 뿐이었다.

열어둔 창문으로 찬 바람이 들어오고 있다. 이제 짧고 아쉬울 가을이 좋은 계절로 지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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